SCC 도입 나선 기업들
대륙아주, 2022년 11월 첫 선
심사팀이 평가항목 등 체크
미흡한 사항 찾아 보완ㆍ시정
현장팀, 사업장 위험요인 파악
기업 안전관리 수준 끌어올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 이행 점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안전ㆍ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ㆍ관리하는 전담 조직까지는 필요 없는 사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은 반드시 둬야 합니다.”
기록적인 ‘11월 폭설’이 이어졌던 지난달 28일, 경기도 김포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한 태양광 전문기업 선진쏠라에서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언을 쏟아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최낙현 노무사(오른쪽 첫 번째)와 유지혁 노무사(오른쪽 두 번째)가 경기도 김포에 있는 태양광 전문기업인 선진쏠라 사무실에서 중대재해 예방ㆍ대응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중대재해 예방ㆍ대응을 위해 저마다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에 맞는 해법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법 적용 대상이 상시 근로자 5명 이상∼50명 미만 사업장(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 이후에도 증소기업이나 영세업체들은 아직도 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선진쏠라도 마찬가지였다.
태양광발전 시스템 설계ㆍ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2014년 지역의 작은 업체로 출발했지만, 축사 태양광에 특화된 공법 등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면서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내년부터는 제2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사업까지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 구성원도 늘어났다.
문제는 회사가 커지면 중대재해 발생 리스크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선진쏠라는 리스크 예방ㆍ대응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제(SAPA Compliance Certification, SCC)’를 솔루션으로 선택했다.
SCC는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점검하는 산업안전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구축 서비스다. 2022년 11월 대륙아주가 국내 로펌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래 대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1차로 변호사들과 안전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문서 심사팀’이 유해ㆍ위험요인 관리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관련된 100여개 평가 항목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미흡한 사항을 보완ㆍ시정한다.
이어 2차로 국내 최고의 산업안전전문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의 ‘현장 심사팀’이 업체를 현장 방문해 사업장 위험요인은 물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수준을 파악하고 유해ㆍ위험요인 제거 방안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점검한다.
그야말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전 모의고사’인 셈이다.
이를 토대로 경력 20년 이상의 변호사와 산업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인증위원회에서 인증 등급을 부여한 뒤 매년 정기 점검을 통해 인증 등급을 갱신ㆍ관리하게 된다. 최소 60% 이상의 평가 항목을 충족해야 C등급을 받을 수 있고, 70% 이상은 B등급, 80% 이상은 A등급, 90% 이상은 S등급을 받게 된다.
(오른쪽부터)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창욱 변호사와 최낙현ㆍ유지혁 노무사가 경기도 김포에 있는 태양광 전문기업인 선진쏠라 사무실에서 중대재해 예방ㆍ대응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이날 본사 인터뷰에 나선 대륙아주의 변호사와 노무사들은 회사 측에서 제시한 안전보건 경영방침 등을 들여다보며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선진쏠라의 변상균 사장은 SCC를 선택한 이유로 “ISO 45001이나 KOSHA-MS 인증에 비해 실무에 적합하게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공신력 있는 대륙아주와 산업안전협회가 협업을 통해 인증심사를 진행해 신뢰성을 줬다”고 설명했다.
선진쏠라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만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제인 ‘ISO 45001’ 인증을 이미 받았지만, 회사의 안전관리 실무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SCC를 도입했다.
특히 단지 ‘실적을 위한 인증’이 아니라 인증 과정에서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한층 높여 중대재해 발생 리스크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게 SCC의 최대 장점이다.
변 사장은 “실무에서 미처 위험하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한 조언과 조치 방안까지 상세하게 컨설팅해 더 안전한 시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륙아주에 따르면 지금까지 SCC 인증을 받은 기업 가운데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당연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없다.
현재 포스코ㆍ효성그룹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과 그 협력사들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인천항만공사, 에스원 등 국내 120여개 기업이 SCC 인증을 마쳤다.
이날 심사에 참여한 대륙아주의 최낙현 노무사는 “ISO 45001이나 KOSHA-MS 인증을 받은 업체를 훨씬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 예방ㆍ대응 준비를 많이 했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SCC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CC 인증을 받은 다른 기업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안전관리 컨설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LH사옥관리의 김규명 대표이사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SCC 도입에 나섰다”고 했다.
LH사옥관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시설물 유지ㆍ보수, 청소, 경비, 안내, 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로, 2018년 설립됐다. 전국 75개 사업소에서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다 보니 안전보건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ISO 45001 인증을 받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SCC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다른 컨설팅도 많이 받아 봤지만, SCC 인증을 추진하면서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현장의 방호조치나 보호구 마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잘 갖춰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기반으로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함께 개선해 나가는 게 안전한 회사를 만들어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SCC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이렇게 소개했다. “당장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냉정한 평가를 받으세요.”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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