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예방법’ 명칭 변경 주장
자의적 법 해석 문제도 개선 필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까지 초래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내용 자체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위헌적인 법 체계 등 불안한 요인이 많다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대형 건설현장 출입구에 근로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표어와 문구가 설치돼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이는 법 제정 과정에서 ‘책임주의 원칙’ 등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고민해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정치적 입장과 필요성에 따라 성급하게 처리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건설협회(회장 한승구)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다. 법 이름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바꾸고, 안전사고 책임자를 경영책임자 이외에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명시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의서에는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을 완화하고 대기업과 중기업, 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로 의무를 차등화하는 한편, 중대재해예방전문기관 인증 근거와 면책규정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해 중소기업들은 법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사실상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조차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엉성한 법 규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비용만 엄청나게 들어가고 산재 예방 효과는 거두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예측 가능하고 이행 가능한 법 규정으로 정비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사고 발생 시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권한 남용에 가까운 법 집행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험성 평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적극 마련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제도로, 앞서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을 통해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율적인 예방체계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위험성 평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제도인데,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위험성 평가를 강요하다 보니 억울하게 처벌받는 기업들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산재 예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사고 조사 과정에서 아리셀이 2021년~올해 초까지 3년간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위험성 평가 제도를 졸속으로 운영ㆍ관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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