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에 필수적” 홍보 줄잇지만
보여주기식 인증… 대응 효과 한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ISO 45001’이나 ‘KOSHA-MS’ 등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제가 대응 방안으로 떠올랐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마디로 ‘돈 주고 인증을 산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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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인식 기자 fever@ |
ISO 45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만든 국제표준 규격이고, KOSHA-MS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만든 국내표준 규격이다.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인증’이라거나, 기업에 강력한 방어권을 제공하는 ‘만능 인증’인 것처럼 홍보가 이어지면서 이들 인증제를 도입한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ISO 45001은 그야말로 장삿속으로 운영되고 있고, KOSHA-MS도 실적이나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돼 오히려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인증 심사 담당자들의 산업안전보건 전문 지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인증 이후 기업들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 해설서도 제공되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형 사고가 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들 인증을 받은 곳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제대로 인증 심사를 한다면 대기업도 인증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대한 인증은 사실상 초등학생에게 대학교 수준의 수학 미적분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과외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으로 문제를 풀거나 답안지를 보고 베끼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동주 변호사도 “현재 우후죽순 등장한 안전보건 컨설팅은 법률가에 의해 법적 시각에서 진단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형사처벌 위험을 배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ISO 45001이나 KOSHA-MS 인증을 받았는데도 다른 중대재해 예방ㆍ대응 솔루션을 찾아나선 기업들도 많다.
중소기업 관계자 A씨는 “ISO 45001이나 KOSHA-MS는 최소 기준만 맞추면 되지만, 실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른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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