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지면 수천억 부담”…버스회사 “부도 위기”
파업 비참여 기사 보호·운행 방해 고소 방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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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서울 시내버스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서울 시내버스 노조를 비롯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오는 28일 동시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 임금협상 결렬 시 오는 28일 전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 20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업 쟁점과 교섭 진행 상황, 조합의 대응 방침을 공개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조합 이사장은 “교섭 당사자로서 시민께 사과드린다”며 “그간 언론 접촉을 자제해왔으나 시중에 허위사실이 퍼지고 있어 교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 간담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최초로 실근로시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4월 한 달간 28개 회사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운행사원의 하루 평균 실근로시간은 7시간 47분으로 나타났다”며 “현재도 9시간 약정근로시간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고 있어 실근로 대비 임금 수준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야간근로 수당 역시 오전근무 2시간, 오후근무 3시간 기준으로 지급 중이지만 실제 평균 야간근로시간은 47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노조의 준법투쟁(안전운행) 기간에도 서울 시내버스의 운행률은 최저 97.2%, 최고 99.6%를 기록해 실제 운행 차질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버스기사들의 안전운행은 직업적 소명이며,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자발적으로 운행하겠다는 기사들이 있는 만큼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과 협조해 운행 방해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지난해 파업 당시에도 차고지를 막아 운행을 방해한 일부 인원은 고발과 연행 조치가 이뤄졌고 현재 재판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임금ㆍ단체협약 교섭은 지난해 12월 13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수차례 실무협상이 이어졌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사측에 오는 21~25일 사이 하루, 27일 하루 총 2차례 교섭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당연히 만날 것이며, 마지막까지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 문제다. 조합은 8차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하며 “과거에 대한 소송과는 별개로, 미래를 위한 단순하고 명확한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 등의 복잡한 수당 구조를 없애고, 기본급 중심의 체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동아운수를 상대로 일부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2심이 진행 중이며, 패소 시 수천억원대의 추가 임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소송에서 지면 일부 버스업체는 부도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사업자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의 취지대로 미래 지향적인 임금체계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이자영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약식브리핑에서 “운전직 4호봉 기준 월평균 임금은 513만원이지만, 통상임금 판례가 반영되면 수당이 연동돼 월 80만원가량이 자동 상승한다”며 “여기에 노조 요구안인 기본급 8.2% 인상(46만원)을 더하면 총 639만원으로, 약 25%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조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경우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의 평균임금이 6273만원에서 7872만원으로 인상되는 셈이다. 이에 시도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시민 세금 부담이 연간 1700억원에서 2800억원까지 커지고, 버스요금도 300원 가까이 올려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도 “기존에 지급되던 급여 총액은 인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추가 인상폭을 협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요구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노조는 이에 맞서 “사측이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지침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기상여금 포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측은 “임금체계 개편은 어디까지나 미래 임금 구조에 대한 것이며, 소급 적용을 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버스업계는 인건비 비중이 70%에 달해 임금 인상에 따른 산업적 충격이 크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노사 합의를 위한 합리적인 교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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