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는 욕망이 담겨 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지,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된다. 하지만 단순한 검색량 순위로는 진짜 소비 트렌드를 포착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검색량보다 검색패턴의 변화와 흐름이다. 검색에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소비 여정을 추적하는 ‘리키백과’(리테일 키워드 백과사전)가 주목받는 이유다.
[글 싣는 순서]
① '글로벌 피부 고민 해결사' 올리브영
② '필요한 순간에 찾는다' 다이소
③ '패션 플랫폼 아닌 탐색 플랫폼' 무신사
④ 'MZ는 브랜드보다 조합을 찾는다' 편의점 GS25ㆍ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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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의존도 높아 지속유입 과제
속건조 등 피부고민 해결 원할 때
커뮤니티 추천 아이템 많이 찾아
브랜드 검색도 다수...어뮤즈 인기
공동마케팅 펼치면 시너지 커질 것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올리브영은 의심의 여지 없는 헬스앤뷰티(H&B) 시장의 1인자다. 다만 지속적인 소비자 유입은 과제로 남았다.
올리브영이 압도적인 검색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특정 ‘이벤트’ 덕분이다. <대한경제>가 마케팅 테크기업 ‘어센트 코리아’의 마케팅 솔루션 '리스닝 마인드'를 활용해 함께 분석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올리브영’ 검색량을 월별로 보면 ‘올영 세일’ 직전 검색이 급증했다.
올영 세일은 올리브영이 3·6·9·12월에 여는 대규모 프로모션이다. 올 상반기에는 올영 세일이 시작할 때인 3월과 5월에 각각 700건 이상을 기록했다. 나머지 달은 500건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올리브영이 프로모션 기반 검색에 매우 민감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올리브영이 꾸준히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리브영은 이벤트가 아니어도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을 계속 검색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벤트 외에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도 올리브영을 찾는다. 가장 많이 원하는 정보는 피부 고민이다. 올리브영과 함께 검색한 상위 키워드를 보면 ‘속건조 해결’과 ‘수부지’ 등이 눈에 띈다. 수부지는 ‘수분이 부족한 지성 피부’의 줄인 말로 수부지 뒤에는 ‘쿠션 추천’ 등의 키워드가 붙어 고민인 피부에 맞는 해결책을 원할 때 올리브영을 검색함을 알 수 있다.
‘추천템(추천 아이템)’ 정보를 원할 때도 올리브영을 찾는다. 커뮤니티에서 제품 후기를 보거나 추천을 받아 올리브영으로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즉, ‘추천’을 검색한 사람들을 모아보면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을 통해 어떤 제품을 추천받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추천과 함께 떠오른 상위 키워드는 쿠션, 향수, 선크림, 팩, 틴트 등이다. 눈에 띄는 건 앞선 뷰티 카테고리 키워드 외에 ‘남자’라는 키워드가 추천을 주제로 묶은 키워드에 들어왔단 점이다. ‘맨즈 뷰티’ 영역이 커지면서 남성들이 뷰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단계로 올리브영을 찾고 있음을 짚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일도 정보도 아니라면 궁금한 브랜드가 있을 때 올리브영을 찾는다. 실제 올리브영 검색량은 특정 브랜드가 주목받는 시점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이는 올리브영 혼자 힘으로는 엄청난 양의 검색을 기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올리브영 인기의 바탕에는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초롱 어센트코리아 매니저는 “올리브영과 브랜드가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영에 제품을 공급하기만 할 뿐 자체 마케팅이 효과가 있는지 알 길이 없었던 브랜드사는 특정 시점 전후 검색어 변화를 보면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올리브영을 검색한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를 함께 찾아봤는지 보면, 6개월 전에도 지금도 상위에 올라있는 브랜드는 ‘어뮤즈’다. ‘어뮤즈 걸’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파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어뮤즈의 모델 K-팝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새로 들어온 키워드 중에는 영문 ‘Olive Young(올리브영)’이 눈에 띈다. ‘Olive Young’뿐만 아니라 ‘Olive Young Global(올리브영 글로벌)’과 ‘Olive Young Korea Online(올리브영 코리아 온라인)’ 등도 새로 등장했다.
특히 ‘Near me(내 근처)’라는 키워드가 등장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찾고 있음이 확인됐다. 명동과 성수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지만, 외국인들의 온라인 검색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리브영에게는 다국어 검색 광고 등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올리브영은 연령대별로 찾는 이유도 다르다. 10대는 쿠폰과 문화 상품권 등의 키워드를 함께 검색한다. 주머니 사정이 얇은 10대들은 쿠폰과 상품권으로 상품을 구매하단 뜻이다. 올리브영 검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대는 구매력이 있는 만큼 자신이 원하는 ‘브링그린’과 ‘웨이크메이크’ 등 특정 제품을 찾는다.
무엇보다 올리브영이 주목해서 봐야 할 사람은 ‘오늘드림’으로 검색 흐름이 이어지는 사람이다. 올리브영의 퀵커머스인 오늘드림까지 찾아본 사람은 앞서 검색한 제품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단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리브영은 프로모션과 브랜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이 유입되지만, 여전히 외부 변수에 따라 검색량이 크게 출렁인다. 계속 검색을 유도할 매력적인 고정 장치가 있다면 여러 입구로 들어온 소비 흐름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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