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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 태백산맥의 중심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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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8-05 06:00:20   폰트크기 변경      
더위 피해 높이 오르는 산행…‘운탄고도1330’

야생화와 함께 걷는 길
자장율사 순례길…정암사 수마노탑


함백산의 주목 / 정선군 제공


여름에는 산행이 쉽지 않다. 온도와 습도가 높고 체력 소모도 많다. 이럴 때 조금은 덜 더워서 다닐만한 길이 있는데 바로 고도(高度)가 높은 고도(高道)다. 딱 그런 곳이 우리나라에서 여섯번째로 높은 산, 함백산이다. 산행 대부분 해발 1000m 이상의 길을 걷는 코스다.

같은 곳을 가는 등산객들이 사당역에서 모였다. 전세버스를 타고 세 시간 남짓이 지나자 버스가 급한 경사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들머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다. 오늘의 들머리는 만항재. 경사가 완만한 고개라는 뜻인데 고도는 높다.

‘운탄고도1330’.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폐광지역을 잇는 트래킹 길인데 여기서 ‘1330’은 이 길 중 제일 높은 정선 만항재의 높이 1330m를 의미한다. 직접 가보니 주변부가 모두 높아 체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상당히 높은 고개다.

함백산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역시 한여름에도 공기가 서늘하다. 강원도 고지대에 살면 에어컨이 없어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 보다. 전국이 끓는다며 폭염 특보로 난리인데 다른 세상에 온듯하다.

주차장 건너편으로는 ‘산상의 화원’이라는 표지와 함백을 찬양하는 커다란 시비가 보인다. 함백산은 야생화로도 유명한데 이 화원에서 여러 야생화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여름에는 함백산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만항재 주변 야생화 공원 / 정선군 제공


△다양한 야생화 ‘한가득’


산행은 주차장 한쪽 돌계단에서 시작한다. 한 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좁은 산길이다. 정강이까지 풀이 닿는다.

야생화로 유명한 만큼 산길도 예외는 아니다. 온통 녹빛인 것 같지만 봐달라고 목을 빼고 있는 작은 빛들이 은은하게 펼쳐진다. 꼬마전구처럼, 좀 큰 건 취침등처럼 저마다 자기 빛을 낸다.

길옆에는 정말 다양한 빛깔의 야생화가 가득하다. 늦추고 멈추면 보인다.


등산로 초입 야생화. 붉은토끼풀.


높은 산이지만 들머리 고도가 높아 산길은 수월한 편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혼자 걷는 맛도 좋다. 나와 대화하고 산과 공감하며 걷는 그런 맛 말이다. 길벗이 있더라도 이 구간을 지나는 동안은 서로 대화를 멈춰도 좋을 것 같다.

함백산 기원단에 다다랐다. 이곳은 옛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이다. 석탄을 생산하던 시절엔 광부들의 무사안전을 빌었다고 한다. 광부들은 이제 없지만, 가족들의 절실한 기도는 남아있는 듯하다.


함백산 기원단


기원단을 지나 포장된 임도를 건너 ‘태백산국립공원’이라는 표지가 붙은 돌문을 통과한다.

잠시 올라 다시 오른쪽 산길로 접어드는데 여기서부터는 느낌이 다르다. 정상으로 향하는 크고 작은 돌로 이루어진 계단길인데 꽤 급하다. 긴 구간은 아니지만 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지 싶다.


길이 힘들고 지루해질 무렵 함백산1쉼터라는 표시가 보인다. 쉼터와 전망대를 겸하는 곳이라 경치를 볼까 싶어 잠시 들른다.

온통 하얗다. 내려다보이는 구름이 가득 이다. 등산객들은 이를 ‘곰탕’이라고 한다. 등산의 묘미 가운데 하나가 높은 데서 보는 풍경인데, 운무가 다 가려버리니 ‘곰탕 산행’이라며 아쉬워한다.

정상에 가면 좀 달라질 거라 스스로를 달래며 길을 나선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흙길을 걷다 보니 멀리 표지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도 나고 하늘도 보인다. 이제 운무가 좀 걷혔으려나, 힘을 내 본다.


정상 표지석 / 정선군 제공


정상은 남쪽 태백산 뷰로부터 사방이 태백산맥의 웅장한 능선에 시선을 빼앗겨 버리는 곳이다. 라고 들었는데 보이는 것은 발아래 운무뿐이다. 우려했던 대로다.

정상 주변에 바람이 강하고 햇빛이 점차 세력을 키우는 중이러 혹시 구름이 좀 걷힐까, 기다리기로 한다. 바람이 매섭다. 함백산은 바람으로도 유명하다. 바람이 운무를 다 걷어가길 기대해 본다.

장군봉 정수리가 보일듯, 말듯이다. 그래도 구름이 완전히 걷히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이 풍경이 마치 천상계의 느낌이다. 한 장 사진으로 담아본다.


정상에서 본 태백산 장군봉. 천상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운해와 산맥의 만남

야자매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임도까지 내려간다. 보통은 헬기장을 통해 숲길로 들어 중함백으로 향하는데 정상에서 산맥을 못 본 게 아쉬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임도로 내려가면서 경치를 보기로 한다.

아래쪽에 숲길과 만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풍력발전기와 능선이 만들어내는 인공과 자연의 조화. 중함백으로 이어지는 함백 능선의 웅장함. 저 멀리 운해가 산맥의 모습을 흉내내듯 펼쳐져 있다.


임도에서 본 북쪽 풍경. 태백산맥 위에 구름 산맥이 펼쳐진다.


임도를 벗어나 다시 숲길이다. 길에 풀이 자라 바닥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깊고 울창한 숲이다.

탄탄한 뼈대의 신갈나무는 마치 정령이라도 깃든 것처럼 엄숙하고 영험한 느낌을 준다. 숲의 역사가 짧지 않음을 묵직하게 증명하며 서 있다.

중함백이다. 정상처럼 넓게 열린 공간은 아니고 깊은 숲에 작은 숨구멍을 내 놓은 것 같은 공간이다. 두어명 앉아서 쉴 만한 평평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거기 앉아있던 등산객이 인사를 건넨다.

중함백을 지나면 숲길 중간 중간에 주목과 산맥, 구름과 하늘빛이 연출하는 멋진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도 많이 본 모습이지만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함백에서 내려가는 길. 주목과 산맥,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갈림길이다. 계속해서 두문동재로 향하고 싶지만 왼쪽 하산길로 향한다.

흐릿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장율사 순례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통해 꾸준히 내려가면 날머리 정암사다.

풀벌레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잔잔한 소리들의 조화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서 순례길로 삼았나 싶다.

마지막은 정암사다. 자장이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받아 선덕여왕 때 창건했다는 천년고찰.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 적멸보궁을 지키듯 솟아있는 수마노탑을 보고 가기로 한다.

왼쪽으로 급한 계단길을 좀 오르면 볼 수 있는데 높이가 9m나 되는 7층 모전석탑이다. 무려 국보다. 제332호.

마노석은 불가에서 금, 은 등과 함께 칠보로 꼽는 광석이다. 수마노탑이라는 이름은 자장이 서해 용왕으로부터 마노석을 받아 탑을 올렸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수마노탑


탑도 탑이지만 자리가 참 좋다. 정암사와 숲, 그 뒤쪽으로 퍼런 능선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풍경을 보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더위를 피해 좀 시원한 산행길을 찾았다. 홀로 조용히 걷고 걷다 보니 생각도 시원하게 정리되는 길이었다. 잠시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글ㆍ사진=박종현 산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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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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