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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7개국의 자율주행 전략에서 규제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춰도 법이 따라주지 못하면 자율주행차는 도로를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 레벨4(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에 진입하면서 각국 정부가 직면한 과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자율주행을 허가할 것인지, 그리고 무인 자율주행 사고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각국의 해법이 상용화 속도를 결정지을 변수가 된다.
◆입법 경쟁의 타임라인
선도 국가들은 이미 기본 법제를 갖췄고, 나머지 국가들이 2020년대 후반까지 이를 따라잡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4월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율주행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연방 차량안전기준 면제를 국내 생산 차량으로 확대했고, 의회에서는 면제 한도를 2500대에서 9만대로 상향하는 법안을 심의 중이다. 중국은 베이징ㆍ상하이ㆍ선전ㆍ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운영을 허가하는 시범구역 체계를 운영하며, 2027년까지 레벨3ㆍ4 전국 통일 인증 기준 수립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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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자율주행 로봇택시 ‘죽스(ZOOX)’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 |
영국은 2024년 5월 자율주행차법을 제정해 사고 책임을 운전자가 아닌 새로운 법적 주체에 귀속시키는 원칙을 확립했고, 독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레벨4를 도로교통법에 명시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2025년 12월 원격제어 주행까지 별도 법령으로 규율하는 이원적 구조를 완성했다.
일본은 2022년 특정자동운행 허가 제도를 신설해 레벨4 무인운행 길을 열었으며, 두바이는 2023년 자율주행기본법에 이어 2025년 행정결정 제939호로 세부 운영 규정을 마련했다. 한국은 2026년 2월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발표하고 광주 대규모 실증을 시작으로 단계적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법제화에서 뒤처지는 국가가 직면하는 위험은 단순한 시간 지연이 아니라 구조적 격차의 고착화다. 자율주행 기업은 법제가 정비된 국가에 우선 투자하고 플릿(차량 운용 집단)을 배치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제 주행 데이터가 AI 성능을 개선할 자산이 된다. 데이터가 집중된 국가에서 기술이 더 빠르게 성숙하고, 성숙한 기술이 다시 추가 투자를 유인하는 선순환이 형성된다.
반면 법제가 미비한 국가는 데이터 축적 기회를 상실하면서 기술 격차와 산업 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강화적으로 확대되며,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후발 국가가 독자적으로 되돌리기 극히 어려운 비가역적 성격을 띤다.
◆4개국의 답, 같은 방향 다른 경로
국가별 원격감독자(Remote Operator / Supervisor) 제도 비교
| 국가 | 유형 | 명칭 | 법적 지위 | 자격 요건 | |||||||
|---|---|---|---|---|---|---|---|---|---|---|---|
| 영국 | 무인자율주행 | NUiC 운영자 (No-User-in-Charge Operator) | 면허 사업자 | 재정 건전성·기술적 신뢰성·원격 감독 체계·비상 대응 프로토콜 구비 | |||||||
| 독일 | 자율주행 / 무인자율주행(원격제어) 이원 구조 | ||||||||||
| |||||||||||
| 일본 | 무인자율주행 | 원격감시자 (遠隔監視者) | 운전자 아님 | 도도부현 공안위원회 허가 기준 충족 / 도로교통법상 의무를 원활·확실히 이행 가능한 자 / 사업자가 교육 실시 후 허가 신청 계획서에 포함해 공안위원회 승인 | |||||||
| 두바이 | 무인자율주행 | 운영자 (Operator) | 민사 책임 주체 | 두바이 현지 운행 테스트 결과 포함 안전입증서류(Safety Dossier) 제출 / RTA 동적 컴플라이언스 준수 | |||||||
사고 시 책임 주체에 관한 법률은 자율주행 법제의 가장 본질적인 영역이다. 차량 안에 운전자가 없을 때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피해자는 누구에게 보상을 요청해야 하는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사고 원인일 때 제조사는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각국의 답이 그 나라 자율주행 법제 수준을 판가름한다.
영국은 자율주행차법 2024에서 ASDE(차량의 설계ㆍ안전성에 대한 최종 책임 주체)와 NUiC 운영자(무인 운행 서비스의 운영 책임 주체)라는 두 개의 새로운 법적 주체를 만들었다. 사고 시 양자가 공동으로 1차 배상 의무를 지며, 보험사는 원인과 무관하게 ASDE 또는 NUiC를 상대로 대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책임 귀속 경로가 명확하다. 신설 독립 사고조사기관이 차량 데이터ㆍ센서 로그ㆍ소프트웨어 기록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고, 정보 은닉이나 허위 제출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독일은 자율주행과 원격제어 주행을 별개 법률로 규율하는 이원적 구조를 택했다. 자율주행 측면에서는 기술감독관(Technische Aufsicht)이 관제센터에서 차량을 모니터링하다 이상 발생 시 원격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주행을 제어한다.
기술감독관은 법적 운전자가 아니므로 운전자 과실 책임은 지지 않지만, 감독 의무 태만이 증명되면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 사고 시 민사 배상의 1차 의무자는 차량보유자이며, 대인 최대 1000만유로(약 149억원), 대물 최대 200만유로(약 30억원)의 엄격 배상 한도가 적용된다. 원격제어 주행 측면에서는 텔레오퍼레이터(관제센터에서 카메라ㆍ센서 피드를 보며 차량을 직접 원격 조종하는 사람)를 운전자로 취급하되, 사고 후 경고 삼각대 설치나 현장 대기 같은 현장 의무는 물리적으로 이행 불가능하다는 법적 모순이 남아 있다.
일본은 특정자동운행 허가 제도를 통해 원격감시자가 차량을 모니터링하지만, 이들은 법적 운전자가 아니다. 차량보유자가 제3자 신체 피해에 대해 1차적 엄격 책임을 지며, 면책되려면 보유자와 운전자 모두 과실이 없었고 차량에 구조적 결함도 없었다는 것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이 소프트웨어 자체를 제조물로 인정하지 않고, 결함 판단 시점을 인도 시점으로 한정해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발생한 결함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공백이 있다.
두바이는 가장 단순명쾌한 구조를 택했다. 운영자(Operator)에게 모든 민사 책임을 집중시킨다. 차량의 기술 인증과 사업 운영 허가를 분리하는 이중 허가 체계를 운영하며, 운영자에게 해외 인증만으로는 부족하고 두바이 도로 환경에서 직접 테스트한 안전 입증 서류(Safety Dossier)를 요구한다. 사고 원인이 기술 공급사의 결함으로 밝혀지면 운영자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4개국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수렴하는 방향이 있다. 책임은 기술을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주체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 1차 배상 주체를 명확히 하고 사후 구상권으로 최종 책임자를 찾는 구조, 사고 후 데이터 기록과 제출 의무 강화가 그것이다.
◆한국의 해법은
영국 ASDE/NUiC Operator와 한국 자율주행서비스제공자(안) 비교
| 구분 | ASDE (Authorised Self-Driving Entity) | NUiC Operator (No-User-in-Charge Operator) | 한국 자율주행서비스제공자(안) (Driving Service Provider) |
|---|---|---|---|
| 법적 지위 | 차량 안전 인증·관리 주체 차량 생명주기 전체 관리 | 무인 차량 운영·감독 주체 |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제공 사업자 (ASDE + NUiC Operator 복합 역할) |
| 핵심 기능 | 형식 승인 후 지속 안전 기준 충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관리 오류·사고 시 법적 책임 주체 | 플릿 모니터링 및 시스템 관제 실시간 관제·원격 개입 사고 시 1차 책임 | DOC(DSP Operation Center) 24/7 운영 실시간 관제·원격 가이던스·제어 A-Interface 기반 다중 OEM 차량 통합 관제 사고 시 1차 책임 + 구상권 청구 |
| 책임 구조 | 기술 안전 책임(ASDE) ≠ 운영 책임(NUiC Operator) → 책임 분리형 | 1차 책임 통합형 DSP가 사고 시 즉시 배상 → 사후 제조사·통신사 구상권 청구 | |
| 대상 차량 | NUiC + 일반 자율주행 차량 모두 | NUiC 전용 | NUiC 전용 (Unsupervised AV) |
| 데이터 인터페이스 | 규격 불명확 (2차 입법 진행 중*) | 규격 불명확 (2차 입법 진행 중) | A-Interface |
| 원격 개입 범위 | 명시 안 됨 | 원격 지원(정보 제공) 제한적 원격 주행 가능 | 원격 가이던스(정보 제공·경로 제안) 원격 제어(조향·가감속 물리 제어) 긴급 정지 등 |
| 운영 센터 | 제조사별 자체 운영 | NUiC Operator별 자체 운영 | 통합 DOC 이동통신사 수준의 중앙집중형 관제 센터 |
| 비즈니스 모델 | B2B (제조사 → 인증 기관) | B2B (운송사 → 운영사) | B2B + B2C + B2G (초기) 로보택시·배송·주차장 DSP → (확장) MaaS 통합 Operator → (최종) Urban OS Controller |
| 정부 역할 | 인증 기관 (Secretary of State) | 라이선스 발급 (Traffic Commissioners) | DSP 인증제도 운영 + SLA 기반 성과 계약 (통합 대중교통 자율운영체계 AMOS 구축) |
* Automated Vehicles Act 2024 2차 입법(Secondary Legislation)은 상위법에서 위임한 차량승인·면허 체계, 안전기준, 책임소재, 사고조사 및 책임분담, 승인절차를 정의하기 위해 진행 중(~2027)
(출처) 차두원, 주요국 2030 자율주행 전략과 DSP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한국공학한림원 제46회 미래국토포럼 토론 발표자료, 2026. 2. 3.
한국은 현재까지 관련 규정이 미흡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0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해 ‘먼저 보상, 이후 구상’ 방식의 피해 보호체계를 마련했으나, 제작사ㆍ자율주행 시스템·운송 플랫폼ㆍ사이버보안 등 다층적 책임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4월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사고 유형별 책임판단 기준과 보험처리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광주 실증도시의 ‘K-자율주행 협력모델’에서 삼성화재가 사고당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수준의 보상한도를 제시하고 사고기록장치 데이터 분석과 사고예방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가이드라인이 실증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사례다.
민간에서는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특별위원회가 자율주행서비스제공자(DSPㆍDriving Service Provider) 제도를 제안했다. 무인 자율주행 차량의 실시간 관제, 원격 가이던스ㆍ제어, 주행 인프라 운영, 기술 검증, 사고 시 1차 책임을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새로운 사업자 개념이다. 이동통신 산업이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를 분리해 각각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자율주행에서도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분리하는 산업 구조를 제안한 것이다. 영국의 ASDE와 NUiC 운영자를 하나의 주체로 통합한 형태로, 사고 시 DSP가 즉시 배상한 뒤 제조사ㆍ통신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1차 책임 통합형 모델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소프트웨어ㆍAI 결함에 대한 책임 귀속, OTA 업데이트로 인한 사고의 책임 배분, 텔레오퍼레이터의 현장 부재로 인한 법적 의무 충돌, 사이버 공격 사고의 책임 구조가 핵심이다. 이 쟁점들은 각국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고 사례가 쌓이면서 2027~2028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입법에 반영될 전망이다.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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