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압구정 현대, 부촌의 출발점이 되다
② ‘힐스테이트’거쳐 ‘디에이치’로 재도약 하다
③ 한강변 디에이치 벨트를 완성하다
④ 디에이치, 상품으로 가치를 증명하다
⑤ 다시 압구정으로 화려하게 귀환하다
![]() |
| 그래픽 : 대한경제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2000년대, ‘건설=현대’·‘현대아파트’와 같은 이름만으로는 다시 강남에 설 수 있는 시대가 저물고 있었다. 유산의 기억이 멈춰버린 자리에, 현대건설은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걸어야 했다. 강남을 되찾기 위한 변화와 모색의 시간이다.
브랜드 중심으로 이동하다
2000년대 들어 브랜드 중심 시장 재편
조합원들, 외관·커뮤니티·상징성 따져
압구정에서 시작된 ‘현대’의 이름은 서울 주요 주거지 곳곳으로 확장됐다. 광장동과 서빙고동 등에서도 현대라는 이름을 단 아파트들은 오랫동안 지역 주거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안정감과 신뢰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느 동네에 ‘현대’가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그 지역의 주거 수준을 설명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유산의 힘이 영원히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전반이 재편됐고, 2000년대 들어 아파트 시장은 빠르게 브랜드 중심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어느 건설사가 지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브랜드인지가 주택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압구정 현대가 남긴 상징성은 여전히 강했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세대의 아파트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무대였다. 아파트는 거주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산이었고, 브랜드는 그 자산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가 존재감을 키우며, 과거 ‘현대아파트’가 차지했던 자리를 하나씩 채워가고 있었다.
현대아파트에서 힐스테이트로, 재도약의 발판
2006년 ‘힐스테이트’ 브랜드 첫선
‘라이프스타일 리더’ 전략 내세워
현대건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2006년 선보인 힐스테이트는 ‘현대’라는 시공사 신뢰 위에 도시적 이미지와 세련된 주거 감각을 더하려는 시도였다. 과거 현대아파트가 회사 이름 자체로 신뢰를 줬다면, 힐스테이트는 브랜드 아파트 시대에 맞춰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을 다시 설명하는 새 이름이었다.
힐스테이트는 전국 주요 사업지에서 현대건설의 대표 주택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힐스테이트 외관은 단지의 첫인상이 됐고, 커뮤니티는 입주민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조경과 주거 서비스, 입주 이후 자산가치까지, 아파트의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는 점점 세분화되고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건설은 건설사 최초로 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브랜드 메시지로 ‘라이프스타일 리더’를 내세우며 세련되고 트렌디한 삶을 제안하는 ‘스타일리시 라이프(Stylish Life)’,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지원하는 ‘베리어스 라이프(Various Life)’,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제공하는 ‘컴포터블 라이프(Comfortable Life)’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는 공간을 넘어 주거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장해 갔다.
현대건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입지에 잘 지은 아파트를 넘어 ‘얼마나 다르게 짓느냐’는 고객의 질문에 해답이 될 수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 사진 : 현대건설 제공 |
단 하나의 완벽함, 디에이치
최고급 주거 겨냥 ‘디에이치’ 출격
첫 실전 무대 반포… 하이엔드 전략 가동
그 전환점은 2015년이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선보였다. 기존 브랜드의 대체재가 아니라, 강남 최고급 주거시장을 정조준한 전략 브랜드였다. 디에이치의 브랜드 철학은 ‘완벽함(Perfection)’. 기존 아파트보다 조금 더 좋은 집이 아니라, 출발점부터 다른 고급 호텔의 경험을 주거공간으로 옮겨 놓겠다는 선언이었다.
브랜드 슬로건은 ‘단 하나의 완벽함’. 단 하나의, 유일한, Originality의 의미를 가진 ‘THE’와 현대(Hyundai)·하이엔드(High-end)·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의 의미를 지닌 ‘H’를 결합해 희소성과 최고급 이미지를 동시에 담았다. 단지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지역별 랜드마크 전략도 이때 세워졌다.
디에이치의 첫 실전 무대는 반포였다. 서초구 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은 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단지는 훗날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라는 이름을 달게 된다. 검증되지 않은 새 브랜드가 강남 최고급 재건축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의구심이 교차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설계로 승부
비정형 유선형 외관·커뮤니티 차별화
한강변 핵심 사업지서 본격 시험대
현대건설은 이 질문에 상품으로 답했다. 대단지 규모로 압도하는 사업장이 아니었던 이 현장에서, 현대건설은 오히려 이 조건을 디자인과 설계의 차별화로 돌파했다. 강남 최초로 적용한 비정형 유선형 외관, 웨이브형 특화 입면, 조형물에 가까운 문주, 조경과 스카이라운지,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로 ‘스케일보다는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아파트의 가치가 면적과 입지로 결정되던 시대에서, 디자인과 경험과 브랜드 철학이 가격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물론 디에이치가 곧바로 시장의 표준이 된 것은 아니다. 강남 조합원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았고, 새 브랜드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었다. 신뢰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는 분양 광고나 조감도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5년 디에이치의 등장은 현대건설에 결정적 의미를 가졌다. 그렇게 새로운 전략으로 잃어버렸던 강남 시장의 언어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현대아파트가 과거의 유산이었다면, 힐스테이트는 재도약의 기반이었다. 그리고 디에이치는 강남 최고급 주거시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면 승부였다. 압구정 현대를 만들었던 회사가 다시 강남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디에이치가 ‘강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주거 브랜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한강 조망과 입지, 사업 규모와 상징성을 갖춘 사업지가 필요했다. 그 시험대가 반포주공1·2·4주구였다. 한강변 핵심 사업지에서도 디에이치의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전략은 더 큰 무대로 향하고 있었다.
한형용 기자 je8da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