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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짧은 가을, 너른 산수를 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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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8 11:10:46   폰트크기 변경      
야수파의 점묘 같은 단풍 속으로 떠나는 완주 여행

대둔산 케이블카와 단풍

엉덩이가 무거운 여름과 조바심 많은 겨울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유난히 짧은 올해 가을이지만, 만추의 자취를 따라 늦단풍이 홍엽으로 덮은 대둔산 자락 완주군을 찾았다. 관광도시로서는 인지도가 아직 부족하지만, 계절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찾아오는 곳이다. 대둔산과 모악산, 만경강까지 곳곳마다 산수가 좋고 그 안에 품은 그림 같은 고택과 박물관, 요(窯) 등 전통과 문화, 예술의 자양분이 가득한 곳이 완주다.

BTS 덕분에 세계인들에게도 알려졌다. 2019년 완주에서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는데 BTS는 소양 오성한옥마을 오성제, 아원고택, 위봉산성, 삼례 비비정, 경각산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에서 다양한 영상과 추억을 남겼다.


위봉산성


산과 들 두루 즐기는 ‘1+1 여행’

완주군에는 늘상 전주가 함께한다. 지금도 완주를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전주역 KTX를 이용하면 편하다. 완주는 조선시대 때부터 전주의 주변 도시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완주와 전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도시다. 일찌감치 둘은 완산주에 속했고 전주군이 됐다가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 전주읍이 커지면서 부(府)로 떨어져 나왔다. 그래서 지명도 같다. 완주(完州)와 전주(全州)는 한자어로 똑같이 ‘온전하다’는 뜻이다. ‘완주하다’는 괜히 갖다 붙인 게 아니다.

완주군은 역사적으로도 호남의 요지다. 마한 때부터 중심이 되던 고을이었고, 백제의 완산군으로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백제와 신라를 거치며 줄곧 전주의 역사와 함께한다.

완주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가장 넓은 지방자치단체다. 새만금 간척으로 꽤 너른 땅을 보탠 군산, 부안, 김제보다도 크다. 약 820㎢로 서울, 부산, 광주, 대구보다 넓다. 그래서 완주하기에 좋다. 마라톤처럼 코스가 대단해야 쓰는 말이다. 100m 달리기를 완주한다고 하는 이는 없다.

인구소멸 위기 속에도 완주군민은 꾸준히 늘고 있다. 8만명대까지 줄었던 2000년을 변곡점으로 꾸준히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1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교통도 좋다. 전주를 에워싸고 있고 충남 금산군과 논산시, 전북 익산시, 정읍시, 임실군, 김제시와 접해있는데 동서남북으로 고속도로와 지방도가 완주를 관통한다. 관내 KTX역은 없지만 전주와 익산에 전라선과 호남선 고속철도가 있다. 소양이나 이서에선 전주역이, 삼례나 봉동 쪽에선 익산역이 가깝다.

가을 완주에서는 산과 들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서쪽은 지평선처럼 평평한 들판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동쪽에선 강원도 부럽지 않게 청량한 내음을 풍기는 산과 숲을 즐길 수 있다. 한 지역에서 분위기가 사뭇 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편의점이라면 각각 다른 상품을 ‘원플러스원(1+1)’으로 사는 셈이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대둔산 레드카펫

여행의 시작은 삼례 쪽이 좋다. 여행객의 쉼터인 ‘쉬어가삼:례’가 삼례문화예술촌 입구에 있다. 완주군의 역사를 미리 공부하고 일정의 첫발을 디딜 수 있다. 이런저런 역사적 사실과 함께 재미난 서사(스토리텔링)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민담 ‘콩쥐팥쥐’의 배경이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콩쥐가 ‘돌싱’이던 전라감사의 후처로 들어갔는 스토리도 알게 됐다. 콩쥐가 최콩지였다는 사실도 이곳에서 처음 들었다.


삼례책마을


아무튼 이곳에는 느릿느릿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독서의 계절이니 고서가 가득한 삼례책마을 북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 삼례재래시장을 둘러보다 제철 먹거리와 맛난 음식을 즐겨도 좋다. 이래저래 쉬어갈 ‘거리’가 많은 곳이다.

올가을 마지막 단풍 산행을 즐기기에도 딱이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산 어깨까지 올라간다. 입구에서 살짝 올라가면 케이블카가 900m 지점까지 올려다 준다.

시간과 힘을 아껴가며 울긋불긋 물든 홍엽을 둘러볼 수 있는데 마냥 ‘뻘건디’(버건디ㆍburgundy) 색으로 붉지만은 않고 귤색, 노란색이 섞여 야수파의 점묘로 일일이 찍어서 그려낸 듯하다.


대둔산 출렁다리


케이블카에서 5분가량 눈 아래 펼쳐지는 만추의 레드 카펫을 감상하고 나면 바로 중턱에 당도하는데 내려다 보이는 들판이 까마득하다. 짜릿한 출렁다리를 건너고 나면 270도가량, 산들이 파도처럼 첩첩 펼쳐지는 경이적인 풍경과 마주칠 수 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다소 힘겹게 철제 사다리를 올라 대둔산에서 바라보는 광경이야말로 땀의 대가를 제대로 보상해준다.



BTS 다녀간 글로벌 명소

완주에는 대둔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편에 모악산이 있고 동쪽으로 가도 천지가 산이다. 비봉면에는 백두대산 북동쪽에서나 볼 수 있던 석회동굴인 천호동굴이 있다. 소양에는 조선시대 축조했던 위봉산성과 위봉폭포를 볼 수 있다.


위봉폭포 전망지점


원래 위봉산성은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모셨던 태조의 어진 등을 옮기려고 쌓은 산성인데 BTS가 다녀가며 그 위상(?)이 조금 바뀌었다. 조선의 왕이 아닌 대한민국 K-POP의 왕을 모시고 있는 셈이다.

비구니 사찰인 위봉사는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바로 펼쳐진다. 고찰의 운치가 ‘참말로’ 좋다. 고색창연한 절집은 듬직한 산세에 오롯이 안겨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낸다.


위봉사


위봉사 바로 아래에는 봉강요가 있다. 진정욱 도예가가 가마를 짓고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이다. 풍경 좋은 카페는 전시장으로도 손색없다. 입장료(1만원)를 내면 봉강요에 있는 주변 전시장과 산속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고 커피나 차도 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은 소품 도자기 하나를 선물로 준다. 그릇이나 잔, 접시 등 작가가 직접 구워낸 작품이다.


봉강요 전시실


완주군에서 요즘 가장 알려진 곳은 오성 한옥마을이다. 소양면 한옥들은 종남산 산세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특히 아원과 소양고택은 ‘핫’하디 못해 여행 좀 한다는 이들의 ‘로망’ 숙박지로 꼽힌다. 이곳 역시 BTS가 다녀갔지만 반드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한옥 고택만을 연상하면 안 된다. 소양면의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옥 전통미에 현대적 감각의 건축미까지 더했다.


소양고택


소양고택은 고급 리조트처럼 세련된 두베 카페나 라운지 역할을 하는 서점도 좋지만 최고의 인테리어는 통유리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 풍광이라 할 수 있겠다.


두베카페


완주군, 완주문화재단과 완주 DMO는 지난 15일 오성한옥마을에서 가을 축제 ‘2024 별빛주막 : 소양점’을 열었다. 완주 문화 예술인이 펼치는 전시와 공연, 막걸리와 맥주가 어우러지는 즐거운 야간 축제다. 축제가 주변 한옥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줄은 여기 사는 이들도 몰랐다.

과하지 않은 미디어 파사드가 한옥과 숲을 비추고 사람들이 모이니 과연 축제 이름처럼 완주군의 밤이 별처럼 빛을 냈다.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가을밤을 즐겼다. 완주문화재단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관광객들이 완주군에 머물면서 야간관광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농익은 가을의 마지막 여행지를 노리자면 완주군만한 곳도 없다. 휴식은 물론 감성 충전도 충분하다. 복합문화 예술공간 ‘누에’에선 예술 감성을 채워갈 수 있고,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본앤하이리 레몬학교 체험을 누릴 수 있다. 술 한잔 즐기려는 이에겐 구이면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이 딱이다.

떠나려면 바로 지금이다. 가을은 생각보다 짧다.

글ㆍ사진=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대승가든 김치닭볶음탕


[여행 먹거리] 완주군에는 호남의 매력과 먹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묵은지 닭볶음탕이 유명하다. 새콤한 전라도식 김치와 토종닭을 볶아내는데 졸깃한 닭볶음이 진한 양념의 김치와 잘 어우러진다. 곳곳에 같은 메뉴를 내건 집이 많지만 대승가든이 잘하기로 유명하다. 김치닭볶음 7만원. 완주군 소양면 대승길 7.


미친해물탕


완주군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삼례읍에 맛좋은 식당들이 많다. 미친해물탕은 글자 그대로 ‘미쳤다’. 중간 크기 해물탕을 주문했더니 바로 국물이 넘칠 정도로 건더기가 수북하다. 양만 많은 게 아니라 주꾸미, 오징어, 낙지 등 연체동물 삼총사와 함께 명태 이리, 아귀, 새우, 꽃게 등 해물 종류가 다양하다. 수족관을 옮겨다 놓은 듯 요것조것 맛볼 수 있다.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22.


안녕타이


삼례시장에는 미슐랭 식당 경력을 가진 태국인 셰프가 운영하는 안녕 타이가 있다. 태국 길거리 음식점을 표방하는 만큼 맛도 현지에서 맛보는 느낌이며 값도 저렴하다. 쌀국수와 망고 찹쌀밥 등 식사 메뉴와 함께 다양한 요리를 차린다. 늦게까지 운영하니 삼례 야시장과 함께 이어지는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완주군 삼례읍 삼봉로 6.


신자반 생선구이


생선구이 정식은 신자반, 순댓국은 유성식당이 유명하다. 둘 다 삼례읍.


글ㆍ사진=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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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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