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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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짙은 초록의 여름, 서울식물원 온실 |
서울식물원은 서울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맞닿아 있다.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심 속 식물원이다. 2000년 초 서울의 마지막 농경지였던 마곡지구에 빌딩들이 들어서고 그 빌딩숲 한가운데 공원과 식물원이 꾸며지면서 도심은 초록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움츠러드는 겨울 빌딩숲에서 푸르른 숲 속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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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습지와 호수는 백로와 덤불해오라기, 논병아리 등 다양한 조류의 서식지다. |
축구장 70개 크기인 서울식물원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넓은 잔디가 깔린 열린숲과 호젓한 산책로 호수원, 조류의 보금자리 습지원은 24시간 무료로 개방된다. 주제정원과 온실로 이뤄진 주제원은 유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 그중 온실은 겨울에 특히 사랑받는 공간이다.
대부분 식물원의 온실은 볼록한 모양인데 서울식물원 온실은 오목한 접시 모양이다. 오목한 접시 부분에 빗물을 모아 활용한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살아있는 세계 식물대백과사전이다. 서울식물원 온실로 들어서면 지구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식물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가족을 이룬듯하다. 열대와 지중해에 있는 12개 도시의 식물 1000여 종이 자란다.
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하면 그저 초록의 뭉치로만 기억될 것이다. 식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보자. 식물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가는 것은 그 누군가와 친해지는 과정과 비슷할 테니.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거나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서 해설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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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주제정원의 겨울 풍경을 채우는 박봉기 작가의 조각작품 ‘호흡’. |
온실 입구에 들어서자 무덥고 습한 공기가 훅 덮친다. 얼었던 손끝이 금세 녹을 만큼 반가운 온도다.
입구에는 공기로 채워진 말랑한 조각작품이 반긴다. 스튜디오 1750의 ‘평행정원’이란 작품으로 환경, 유전, 변종 등으로 생겨난 상상의 식물을 표현했다. 온실을 찾은 관람객에게 반가운 첫인사를 건넨다.
식물원 곳곳에는 ‘리듬 :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라는 기획전시가 3월 초까지 진행되고 있다. 각자의 박자와 호흡에 맞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조화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지구촌 식물을 한곳에서
열대관에 들어서자 큰 키로 압도하는 야자수들이 짙은 초록의 향기를 낸다. 인도네시아에서 콜롬비아까지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식물들이 촘촘하게 심어져 있다. 코코넛 야자와 망고, 바나나 등 익숙한 과일나무들도 볼 수 있다. 개관 이후 약 5년이 지났으니 나무들도 한 뼘 정도는 더 자랐으리라. 최대 높이 25m에 달하는 온실이지만 큰 키를 감당할 수 없어 한 그루의 야자수를 교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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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
지중해관은 연중 온화한 기후를 가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레몬과 올리브, 코르크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온실 곳곳에는 나라별 특색을 보여주는 정원과 포토존이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다.
지중해관에서는 사막에서 잘 자라는 여러 다육식물도 볼 수 있다. 초록 다육식물 사이, 하얀 선인장인 ‘화이트 고스트’가 눈에 띈다. 하얀 몸체는 뜨거운 햇볕을 반사해 살아남기 위한 생의 방법이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올리브나무는 신비롭다. 더는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들을 선별해 생장점을 잘라내면서 생육을 조절한다. 그래서인지 잘린 나무줄기는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다. 반면 부드럽게 흔들리는 자잘한 잎들은 햇살에 비추어 다채로운 초록색을 낸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한 바오밥나무도 만나게 된다. 바오밥나무는 2000년 이상 자라는 나무로 굵은 줄기에는 무려 3톤가량의 물을 품고 있다고 한다. 물을 뺀 빈 줄기는 옛 아프리카 주민들이 무덤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바오밥나무는 겨울인 지금, 가장 무성한 잎을 볼 수 있다.
스마트팜과 씨앗도서관, 식물도서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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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열대관. |
지중해관 끝에는 온실의 백미, 스카이워크가 이어진다. 약 8m 높이로 열대관 위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는 식물을 눈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바나나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꽃봉오리와 열매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2025년 2월까지 이어지는 ‘윈터페스티벌’로 온실은 더 생기가 넘친다. 열대관 곳곳에는 알록달록 생기를 불어넣는 열대 난초 60여 종, 지중해관 곳곳에는 나뭇가지를 활용해 만든 겨울요정들로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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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열대관 연못에 꾸민 난초. |
식물원에는 식물과 친근해질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작물의 생육과 환경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에서는 아삭하고 단맛 나는 채소가 자란다. 이 채소는 강서구 내 복지관에 기부된다.
식물의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싶다면 씨앗도서관을 활용해보자. 책을 빌려 읽고 반납하듯이 씨앗을 대출받아 식물을 키운 후 그 씨앗을 반납한다.
식물 관련 전문서적 9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는 식물전문도서관,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정원지원실, 식물원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 등도 자리한다. 또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기프트숍에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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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500여 종을 전시하고 있는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에서는 씨앗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주변관광지…겸재미술관ㆍ허준박물관
식물원을 다 보고 시간이 남는다면 주변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다. 서울 강서구와 인연이 깊은 정선과 허준이다.
서울식물원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겸재정선미술관에 닿는다. 양천현령(현재 강서구청장)을 맡고, 진경 산수화의 폭을 넓힌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겸재는 양천현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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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예술적 업적과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 |
강서구의 또 다른 인물이라면 조선 중기 구암 허준을 빼놓을 수 없다. 강서구에서 태어난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기술을 전수했다. ‘동의보감’은 단일 의학서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허준박물관에서는 그의 업적과 다양한 한의학 고서를 만날 수 있다.
김포국제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항공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체험이 가득한 곳이다. 항공기 비상상황 시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내훈련체험, 관제사가 되어 보는 조종관제체험, 보잉 747 여객기의 부조종석에서 비행 조종을 해보는 조종사체험도 가능하다. 김포국제공항 활주로로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는 야외 전망대도 있다.
글ㆍ사진=박산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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