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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침하 이대로 괜찮나] <상>③ 공포 조장하는 ‘싱크홀’…명확한 용어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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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22 06:00:46   폰트크기 변경      

도심지 사고, ‘지반침하’ 또는 ‘땅꺼짐’으로 표현해야
싱크홀, 지질학적 용어…오남용 시 대안 마련 혼란


지반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상ㆍ하수관로 주변 지역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익산시 제공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지반침하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용어 정비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내에선 사고 원인을 따지지 않고 ‘싱크홀’이라는 용어를 오남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대중에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대책 마련 과정에도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싱크홀은 ‘가라앉다’ 의미의 싱크(sink)와 구멍을 뜻하는 홀(hole)의 합성어다. 석회암 지대의 용해 현상으로 인해 대규모 빈 곳이 자연히 생기는 지질학적 용어로, 일반적인 도로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토목공학에서는 지반침하 또는 땅꺼짐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지반침하는 도로 포장 부실로 인해 빗물이 고일 정로도 파인 경우나, 지하수 추출 등으로 지반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가라앉는 현상을 뜻한다. 땅꺼짐은 이보다 갑작스럽게 지표가 함몰되는 현상이다. 땅 밑의 토사 유출 등으로 인한 국지적 사고로, 차량 등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된다.

싱크홀과 지반침하, 땅꺼짐은 엄연히 발생 원인과 대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구분없이 혼용되고 있다. 지반침하와 땅꺼짐은 인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현상인 만큼 공학적으로도 혼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싱크홀은 자연현상에 의한 대규모 공동(空洞)인 만큼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교토부 등 정부에서도 자연 발생적인 싱크홀 대신 인위적 원인이 작용하는 지반침하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나, 대중적으로는 싱크홀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서울 석촌호수 인근에서 크고 작은 지반침하가 6차례 발생한 이후 도심 내 땅꺼짐 현상은 대부분 싱크홀로 지칭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최연우 지하공동탐사협회 회장은 “싱크홀 용어의 오남용은 일반인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학적ㆍ기술적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지반침하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용어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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