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임성엽 기자]건강검진은 현재 건강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질병을 예방, 특히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다. 건강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는 거점개발을 통해 경제적 성공을 이뤄냈다. 10만㎢ 남짓의 좁은 국토에 사람은 많고, 자원은 부족하고, 공업까지 발달하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 고도성장의 문은 ‘거점개발’을 통해 열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인천 등 거점도시에 인적자원과 투자를 집적하면서 산업화를 이뤘다.
산업화, 즉 도시화는 지하공간 개발과 궤를 함께한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도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하철을 통해 공간구조를 재편했다. 또 상하수도 건설부터 통신설비 등 각종 지하매설물 덕분에 천만 서울부터 인구 수백만 광역도시민이 불편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지하시설물의 노후화와 더불어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하공간’ 개발이 더 정교화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부터 도시개발이 본격화된 만큼, 건강검진 항목을 다양화하고, 주기도 단축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지반침하 사태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검진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주기적 검사와 적절한 시점에 내시경을 진행해 용종을 떼어내면 실제 지반이 침하하는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 ‘지하’ 건강검진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본지는 시민 불안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총 3회에 걸쳐 전국의 지반침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소개한다. 검진을 소홀히 하면 사전에 잡을 수 있는 병세도 악화된 상태에서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지반도 마찬가지다. 제때 검사만 진행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투자가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지반 안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한다면, 지반침하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이 형식적이고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반침하가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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