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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침하 이대로 괜찮나]지하안전 최상위 법정계획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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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23 07:39:55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전국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측되고 있음에도 서울과 부산 외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안전 관리에 손을 놓은 이유는 입법ㆍ행정부 업무 태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지하안전 관리에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정책적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그 순간 ‘회초리’ 드는 역할만 해왔을 뿐, 예산 증액이나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 등 지하안전제도 ‘정교화’에는 손을 놓았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하안전관리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기초자치단체가 15곳에 달했다. 지역별로 충남도는 15개 기초자치단체 중, 단 4곳(27%)만 이 계획을 수립했다. 전북도 3개 기초자치단체가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충북도 1곳이 지하안전관리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은 지하공간을 안전하게 개발하고 지하사고로부터 공공안전 확보를 위해 5년간 정책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은 집행계획을 짜고, 시ㆍ도지사, 시ㆍ군ㆍ구청장은 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지난 2023년부터 관리계획의 수립과 통보는 의무사항으로 바뀌었음에도 담당 지역의 지하안전관리 기본방향조차 없는 지자체가 15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상수도관 등 지하시설물의 정확한 규모와 노후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안전법 시행규칙상 지자체는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지하시설물 정보를 등록해야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정보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지자체가 멋대로 지하시설물을 등록하거나, 빠뜨려도 찾아낼 길이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전국의 지하안전과 관련한 ‘기본진단’이 엉터리로 구축된 까닭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지하안전과 관련한 기본방향조차 수립하지 않아도 어떤 처벌이나 벌칙을 받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제로 지하안전을 집중 관리해 온 기초지자체가 ‘땅꺼짐 위험지역’이라는 오명을 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광진구는 최근 지반침하 고위험지역이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땅 꺼짐 고위험 지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진구는 지난해 지반침하 특별점검 용역을 통해 공동 28개소를 발견했다. 공동은 지하의 빈 공간으로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광진구는 공동을 미리 발견해 지반침하로 이어지는 ‘사고’를 막은 동시에 공동을 제거, 복구함으로써 오히려 지반안전을 강화한 기초자치단체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사실 서울시가 지반침하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열심히 대응해왔다. 법적 의무도 없는데, 다른 지자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사고가 터지고 ‘예산이 없어 못했다’고 둘러댔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땅 꺼짐 이슈가 잠잠해지면 예산확보나 지하안전 투자에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후진적인 특유의 냄비근성이 사라지지 않으면 지반침하 참사는 무조건 반복된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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