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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의 구매전쟁] ③ 원당, 달콤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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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4 06:00:43   폰트크기 변경      
브라질의 스위칭, 인도의 통제, 그리고 옥수수와의 탄소원 경쟁

당(Sugar)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은 BIO 원료 구매를 맡고 나서부터다. 발효조 안의 미생물은 탄소(C)가 들어있는 탄수화물, 당(sugar)을 먹고 자라며 사람이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 먹이의 출발점이 옥수수나 사탕수수이다.

원당, 달콤한 이 물질은 사실 공기였다. 이산화탄소(CO₂)와 햇빛이 엽록체를 거쳐 포도당으로, 포도당이 다시 원당으로 바뀐 것이다. 원당은 식품 산업의 감미료이자, 발효 산업의 핵심 탄소원(C-source)이다.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라이신 △구연산 △젖산 △바이오에탄올이 모두 이 원당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지금 원당을 둘러싼 전쟁이 조용히, 그러나 구조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브라질의 스위칭-설탕이냐, 에탄올이냐
원당 시장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세계 원당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압도적 1위 생산국이다. 연간 수출 점유율은 통상 50~65% 수준을 오가며, 공급 여건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브라질의 제당 공장(sugar mill)은 독특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탕수수즙으로 설탕을 만들 수도, 에탄올을 만들 수도 있다. 스위칭(Switching) 비율은 국제 원당 가격과 브라질 내 에탄올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결정된다. 원당 가격이 높으면 설탕 쪽으로, 유가가 높아 에탄올 수요가 크면 에탄올 쪽으로 방향을 튼다.

2018~2019년이 전형적인 사례였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국제 원당 가격이 하락하자 브라질 제당 공장(sugar mill)들은 설탕 생산을 줄이고 에탄올 생산을 늘렸다. 이후 국제 원당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것이 다시 설탕 생산 비중을 높이는 피드백이 반복됐다. 구매 담당자 입장에서 브라질의 이 스위칭 비율은 원당 가격 예측의 핵심 변수다. UNICA(브라질 사탕수수 산업 협회)가 격주로 발표하는 에탄올 혼합 비율 데이터는 국제 원당 트레이더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이 구조의 뿌리는 깊다. 브라질은 1975년 브라질 에탄올 연료 확대 정책(Proálcool)으로 에탄올-가솔린 혼합을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2003년 플렉스연료차(FFV) 도입 이후 소비자가 에탄올과 가솔린을 그날의 가격에 따라 선택하는 시스템이 일상으로 정착했다. 20년이 넘은 이 제도 위에서 브라질 정부는 2025년 8월 에탄올 혼합 비율을 E27에서 E30으로,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을 B14에서 B15로 동시에 상향했다. 최근에는 사탕수수 비수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옥수수 에탄올 플랜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원당과 옥수수가 에탄올 원료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다.

결국 원유와 원당은 에탄올이라는 고리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그 고리는 단순하지 않다. 유가가 오른다고 즉각 원당이 오르지는 않는다. 헤알화 환율, 계절, 계약 시점이 모두 변수로 작동한다. 유가를 모르면 원당을 살 수 없다.




▲인도의 통제-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
원당 시장의 두 번째 열쇠는 인도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연간 생산량은 3,500만 톤 내외로 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내수 소비가 3,000만 톤을 넘어 수출 여력은 제한적이다. 문제는 인도 정부가 이 수출 여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2022~2023년 인도 정부는 국내 설탕 가격 안정을 이유로 수출 할당량을 설정하고 사실상 수출을 통제했다. 직전 시즌 인도가 1,000만 톤 넘게 수출하며 국제 공급을 안정시켰던 것과 정반대 행보였다. 그 결과 국제 원당 선물(ICE Sugar No.11)은 2023년 11월 12년 만의 최고치인 28 cents/lb를 기록했다. 인도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잡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국제 원당 시장 전체를 흔든 것이다.

이것이 원당 구매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브라질의 스위칭은 가격 신호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 정부의 수출 통제 결정은 정치 일정, 국내 작황, 물가 지수를 동시에 읽어야 한다. 현장을 모르면 숫자만으로는 해석이 안 된다. 구매 현장에서 배운 것 중 하나도 이것이다. 원당 시세표 아래에는 항상 뉴델리의 정치 일정이 숨어 있다.

태국도 빠뜨릴 수 없다. 세계 3위 원당 수출국인 태국은 엘니뇨ㆍ라니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2023년 엘니뇨로 태국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급감했고, 이것이 인도 수출 통제와 겹치며 원당 가격 급등의 이중 압력이 됐다. 브라질ㆍ인도ㆍ태국 세 나라의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것이 원당 구매 담당자의 일상이다.


사진: 란자테크 홈페이지
▲발효 산업의 탄소원 경쟁 : 원당의 전략적 위상
원당을 식품 원료로만 보는 시각은 이미 절반짜리다. 글로벌 발효 바이오 산업에서 원당과 옥수수 당화액은 탄소원(C-source)을 놓고 직접 경쟁한다. 라이신ㆍ트립토판 같은 아미노산, 구연산ㆍ젖산 같은 유기산, 생분해 플라스틱(PLA) 원료가 모두 당을 발효시켜 만든다. 어떤 당을 쓰느냐는 지역마다 다르다.

옥수수가 싼 미국ㆍ중국의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메이화생물, COFCO(중국 국유 식품기업)은 옥수수 전분 당화액을 쓴다. 사탕수수가 풍부한 동남아ㆍ브라질의 공장들은 원당을 쓴다. 같은 제품을 만들지만 원가 구조가 다르다.

글로벌 설탕 수요는 건강 트렌드로 선진국 일부에서 정체를 보이지만, 인도ㆍ동남아ㆍ아프리카의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전체 수요는 연 1%대의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에탄올 수요가 추가 수요층으로 더해지면서 원당 가격의 하방 경직성은 과거보다 높아졌다. 전 세계 사탕수수 생산량의 약 20%가 이미 에탄올로 전환되고 있다. 원당 환산으로 약 5000만 톤 상당이 식탁이 아닌 에너지로 향하는 셈이다. 식품용 원당 시장과 에너지 시장이 같은 원료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더 나아가 차세대 탄소원 기술도 속도를 내고 있다. 란자테크(LanzaTech)는 중국과 벨기에 제철소의 배가스를 이용한 에탄올 상업 생산을 이미 시작했고, 프랑스 스타트업 카르비오스(Carbios)는 PET 분해 효소를 활용한 실증 플랜트를 가동하며 상업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원당과 옥수수 당화액의 경제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원당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구조적으로 틀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에게 원당 조달이 어려운 이유는 가격을 움직이는 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 날씨와 제당 공장(sugar mill)의 스위칭 결정비율, 뉴델리의 선거 일정, 태국의 강수량, 그리고 유가. 여러 개의 손이 동시에, 제 각각 움직인다. 원당 시세표는 그 결과물일 뿐이며 그 이면을 읽어야한다. 시세표만 보는 구매는 필패한다.




▶다음 회 예고 ④ 유지 上: 식용유 시장의 대전환
팜유·대두유·채종유·올리브유, 글로벌 유지 시장의 현재 경쟁 구도와 인도네시아 수출 규제, EU 산림벌채규정(EUDR)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짚는다.


본 기고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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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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