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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의 구매전쟁] ⑤ 한국 식용유 시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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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08 07:00:09   폰트크기 변경      
식탁이 바뀌면 공급망이 바뀐다

이름이 생긴다는 것은 시장이 성숙했다는 뜻이다. 시장이 성숙하면 반드시 경쟁이 따라온다. 글로벌 유지 시장은 팜유의 지배, EUDR(EU Deforestation Regulation, 산림벌채규정)의 규제, 기후변화라는 세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며 재편 중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의 파고는 한국 식탁과 한국 기업의 조달 구조에 어떻게 다가오는가.

한국은 세계 유지 시장에서 14위권의 큰 소비국이며 특히 그 역동성은 글로벌 차원의 주목을 받는다. 라면 한 봉지에 팜유가 들어가고, 비스킷 한 조각에도 팜유가 들어간다. 치킨은 대두유로 튀기고 샐러드에는 올리브유를 뿌린다. 볶음 요리에는 채종유(카놀라유)가 쓰인다. 올리브유 수입이 폭발한 나라, 채종유(카놀라유) 시장을 프랜차이즈가 열어젖힌 나라. 한국은 글로벌 유지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흡수한 시장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 그 식탁의 변화가 공급망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식용유=대두유’ 시대의 종언
한국의 식용유 시장은 오랫동안 대두유가 지배했다. 이유는 구조적이었다. 60년대 소비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던 한국은 축산업 발전을 위해 대두박(단백질원) 공급이 필요했다. 대두를 압착하면 약 80%의 대두박과 20%의 대두유가 나온다. 대두유는 대두박 생산의 부산물이었다. 그 부산물을 우리는 수십 년간 ‘식용유’라고 불렀다. ‘대두유’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이름이 생기기 전까지 대두유는 그냥 ‘식용 기름’이었다.

전환점은 복합적으로 찾아왔다. 2000년대 중반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올리브유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7년 CJ제일제당이 국내 최초로 가정용 채종유(카놀라유)를 출시하면서 채종유 시장이 열렸다. 선도 치킨 프랜차이즈가 채종유(카놀라유) 사용을 대대적으로 선언하며 외식 시장으로 확산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포도씨유가 웰빙 프리미엄유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2005년까지 단 5년간 15배 가까이 폭증하며 올리브유보다 먼저 한국 소비자의 건강 관심을 흡수했다. 지중해식 식단에 대한 관심, 요리 채널의 확산, 건강 기름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한국 식용유 시장은 다품종 경쟁 구도로 재편됐다.

2000년 2만 톤에 불과하던 채종유(카놀라유)는 2024년 15만5000 톤으로 24년간 7.75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유는 10만 톤에서 5만8000 톤으로 반토막 났다. 채종유가 옥수수유의 자리를 그대로 빼앗은 것이다. 한편 포도씨유는 2005년 이후 웰빙 1세대 프리미엄유로 급부상했으나 , 이후 올리브유와 채종유(카놀라유)에 주도권을 넘기고 2010년 이후 1만2000톤 수준에서 수요가 고착화됐다. 시장을 먼저 열어젖혔지만 대세를 굳히지 못한 유종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지금 한국 식용유 시장의 구조는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가격 민감형 대량 수요(대두유·팜유 기반 가공식품·외식), 중간층 범용 수요(채종유·해바라기유·혼합유), 프리미엄 건강 수요(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포도씨유·아보카도유·들기름 등)다. 이 세 층이 서로 다른 원산지, 다른 공급망, 다른 가격 변수로 움직인다. 유지 구매 담당자가 관리해야 할 변수의 수가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 차트는 2025년에서 멈추지만, 이 궤적은 이미 다음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 방향을 읽는 것이 구매의 일이다.



▲바이오디젤과 SAF — 에너지가 식탁을 압박한다
한국 식용유 시장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변수가 있다. 에너지 정책이다.

한국 시장 안에서도 이미 그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의 구조를 먼저 짚어야 한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연료 혼합의무제도(RFS)에 따라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 혼합하고 있다. 현행 혼합 비율은 4%이며, 정부는 단계적으로 최대 8%까지 상향 하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2019년 기준 연간 약 76만 kL의 바이오디젤이 경유에 혼합됐다.

문제는 원료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팜유와 팜 부산물 사용량은 2014년 약 27만 톤에서 2020년 약 64만 톤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 원료의 7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며, 그 핵심이 팜유와 팜 부산물이다. 폐식용유로 시작한 친환경 연료가 사실상 팜유 수입 연료로 바뀐 셈이다. 혼합 비율이 8%로 올라가면 팜유 의존도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중 경합 구조가 더해진다.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과 SAF(지속가능 항공유) 두 곳에서 동시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이 올라가는 속도만큼 SAF 생산을 위한 폐식용유 쟁탈전도 격화된다. 한국이 수입하는 팜유의 상당 부분이 식품용 팜유와 같은 원산지, 같은 공급망에서 나온다. 에너지 정책이 식품용 팜유 조달에 직접적인 가격 압력을 가하는 구조다. 라면 가격은 정유소 정책과 연동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유에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을 35% 혼합하는 정책(B35)을 시행 중이다. 팜유의 내수 에너지 수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면서, 식품용으로 수출 가능한 팜유 물량에 상시적인 하방 압력이 생겼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한국 라면·제과 업체들이 팜유 조달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커진 배경이다.

채종유(카놀라유)도 같은 압박을 받는다. 유럽에서는 채종유(카놀라유)가 바이오디젤의 핵심 원료다. 유럽의 탈화석연료 정책이 강화될수록 식품용으로 공급 가능한 채종유(카놀라유)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캐나다산 캐놀라의 경우,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이 캐나다산 캐놀라 수입을 제한했다가 재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여기에 SAF(지속가능 항공유) 수요가 더해진다. 미국 IRA가 대두유를 활용한 HEFA 경로 SAF 생산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면서, 미국산 대두유의 일부가 식품용에서 항공유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두유·채종유(카놀라유)·팜유 모두 에너지 수요와 식품 수요가 같은 원료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빨라질수록 식품용 유지 공급은 더 타이트해진다.

▲한국 유지 구매의 재편 과제
이 모든 변화가 수렴하는 곳이 한국 기업의 유지 조달 전략이다.

첫째. 원산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팜유 편중, 스페인 올리브유 편중, 캐나다 캐놀라 편중은 모두 단일 공급 리스크다. 기후·지정학·에너지 정책 변수가 어느 산지를 언제 흔들지 예측하기 어렵다. 복수 원산지를 유지하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둘째. 지속가능성 기준을 선제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EU의 EUDR이 한국 기업에 직접 적용되지 않더라도,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는 한국 식품·화장품 기업은 공급망 추적 의무를 간접적으로 요구받는다. RSPO 인증 팜유, 비산림벌채 대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공급사 네트워크를 지금 구축해두지 않으면 2~3년 후에는 선택지가 없어질 수 있다.

셋째. 유종 간 대체 가능성을 구매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하면 아보카도유나 들기름이 틈새를 채우고, 팜유 공급이 줄면 코코넛유나 팜핵유가 일부 용도를 대체한다. 유종 간 기술적 대체 가능성(발연점·산화 안정성·풍미)을 사전에 검토해두는 것이 위기 대응의 속도를 결정한다.

한국의 식탁은 계속 바뀔 것이다. 1인 가구 확산, 간편식 시장 성장, 건강 프리미엄화, 채식 트렌드가 유지 수요의 질과 양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에 공급망이 따라가지 못하면 비용으로 돌아온다.

기름의 이름이 늘어난다는 것은 공급망이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신호다. 그 복잡함을 먼저 읽는 구매가 다음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 다음 회 예고 ⑥ 화학 원료: 바이오 공장의 숨은 병목
염산·황산·암모니아·가성소다, 바이오 발효 공정의 필수 화학물질과 중국 환경 규제 강화가 만드는 글로벌 공급 재편을 짚는다.

본 기고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특정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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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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