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2025년 국내 유통업계는 혼돈과 재정비의 시간이었다. 내수 소비가 극도로 침체됐던 상반기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역신장했고, 소비자들은 초가성비 상품으로 쏠렸다. 하반기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힘이 보태지면서 본업 경쟁력을 갖추고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들 중심으로 수혜를 봤다. 그 순간들을 숫자로 다시 읽어본다.
△ ‘0’- 홈플러스 인수 희망자 0곳.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다섯차례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연기해 최종 12월 29일로 결정됐다. 인수의향자가 없으면 청산, 파산 수순으로 가게 된다. 아직까지 인수 희망자로 나선 곳은 없다. 12월 들어서는 공급업체 미지급금이 쌓이자 삼양식품, 아모레퍼시픽 등이 납품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 ‘0.7’- 국내 소매시장 성장률.
국내 소매시장 성장률이 2년 연속 0%대 그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월까지 소매판매(승용차ㆍ연료판매점 제외) 규모는 385조7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다. 4분기 들어 백화점, 이커머스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만 홈플러스 등 매출이 부진한 업태에서 상쇄시켜 1% 성장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줄을 이었다.
△ ‘1 또는 2’- 굳어지는 원ㆍ투톱 구조.
유통업태별 주요 기업이 한 곳 또는 두 곳으로 굳어지며 양극화하는 양상이 심화됐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은 GS더프레시만 성장했다. 편의점은 CU와 GS25, 이커머스는 네이버와 쿠팡 투톱 체제다.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3사가 경쟁 중이지만 점포별 매출 기준으로는 상위 10개 점포가 전체 백화점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7.8’ - 배달앱 수수료율.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은 기존 9.8%였던 수수료율을 매출 규모에 따라 최대 7.8%로 낮추는 ‘상생요금제’를 올해 초 시행했다. 그런데도 외식업체 등이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인 플랫폼 공정 과제로 분류되며 상한제 도입이 추진됐다. 을지로위원회,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압박 수위를 높이며 5%로 중개수수료 상한선을 명시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 ‘780’ - 편의점 순감소 점포.
2024년 12월 말 4만8722개였던 전국 편의점 점포는 10월 말 기준 4만7941개로 781개 점포가 순 감소했다. 신규 출점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던 사업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편의점 본사들이 수익성 낮은 매장을 과감히 정리한 결과다. 같은 상권 내 입지가 좋은 위치로 옮겨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근거리 장보기 점포로 전환하는 전략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 ‘1600’ - 불황 먹고 자라는 다이소 점포.
올해 다이소 점포는 1600개를 돌파했다. 2023년 하반기 1500개를 돌파한지 2년도 안돼 100개 이상을 추가 출점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트렌드를 이끄는 상품을 확대하면서 초대형화, 쇼룸화하는 추세다. 올해 2월 2개 브랜드로 시작한 건강기능식품은 90여종 브랜드로 늘었고, 화장품 매출은 1∼9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90% 신장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 ‘1582만’ - 방한 외국인 관광객.
외국인이 국내 유통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0월까지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 158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펜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8.4% 수준이다. 내수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백화점, 편의점, 올리브영, 다이소 등을 중심으로 소비를 이어간 덕에 계절성, 지역성을 극복하는 요인이 됐다.
△ ‘3370만’ - 쿠팡서 유출된 고객 정보.
쿠팡에서 6월 최초 해킹 발생 이후 5개월간 337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퇴사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증 없이 쿠팡 시스템에 접근해 이름, 주소, 연락처, 구매 이력 등을 대량으로 빼내면서 발생한 사고다. 앞서 발생한 통신사 해킹 사건과 달리 구매 이력과 가족 관계,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다.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하고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미국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 ‘1조’ - 올리브영 외국인 관광객 매출
K-뷰티의 글로벌 인기 덕에 올리브영이 최대 수혜를 봤다. 올해 1∼11월 올리브영의 외국인 관광객 오프라인 구매액이 1조원을 돌파, 2022년 대비 26배 늘었다. 한국 여행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며 반드시 구매해야 할 상품 목록도 다양한 언어의 콘텐츠로 유튜브, 틱톡 등에서 회자되면서다. 2025 경주 APEC 기간에는 백악관 대변인이 직접 경주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 구매 인증 사진도 공유했다. 내년에는 미국 LA, 일본 도쿄에 직진출하면서 글로벌 고객 접점을 넓힌다.
△‘10조’ - IPO 앞둔 무신사 기업가치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한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10조원대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3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9730억원으로 2년 연속 1조원 돌파가 확실한 상황이다. 성장과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오프라인 출점, 글로벌 시장 진출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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