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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눈 내린 겨울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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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03 06:00:16   폰트크기 변경      

마곡사의 겨울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마곡사는 공주시 태화산에 자리 잡은 고찰이다. 서기 643년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 때 중수, 재건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1400여 년의 오랜 역사만큼 곳곳에 문화재가 많다. 5층 석탑은 작년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고, 보물로는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영산전, 괘불 등이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사천왕상이 보물로 승격됐다. 마곡사 사천왕상은 다른 절의 사천왕상에 비해 자세나 표정이 좀 더 ‘역동적’이다. 만화나 동화 속 캐릭터 같은 느낌도 있다.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다. 마곡사는 봄에 찾아야 한다고 한다. 태화산의 봄 풍경이 빼어난데 마곡사는 그 속에서 정점을 이룬다. ‘봄에 가볼 곳’ 리스트에 적는다.


△곳곳에 전설 어린 산사

마곡사 곳곳에는 전설과 설화가 서려 있다.

대웅보전에는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 있는데 이 기둥들을 많이 돌수록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설화가 전한다.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전한다. 그래서 그런지 싸리나무 기둥에 사람들이 손길이 쌓여 반지르한 윤기가 흐른다. 그런데 요새는 딸을 선호하는지라 더이상 손때가 묻을 것 같지는 않다.


대웅보전


대광보전에는 삿자리(돗자리)가 깔려 있는데 앉은뱅이가 이 자리를 짜면서 깨닫고 자리를 바친 순간 일어나 걸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영신전은 마곡사에 남아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마곡사에서 가장 영험이 큰 전각으로, 특히 어진 정승과 용맹스러운 장수를 만들어 낸다는 군왕대의 모든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오층석탑은 나라의 기근을 3년간 막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곡사(麻谷寺)’라는 이름에도 여러 설이 전한다. 마곡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설법을 할 때 사람들이 ‘삼’(麻)처럼 빽빽하게 모여들어서 마곡사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신라 무선대사가 스승 마곡보철(麻谷普澈)을 기려 마곡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말도 전한다.


마곡사 오층석탑


△백범이 출가한 곳

백범 김구 선생은 한때 승려였다. 그가 출가한 곳이 바로 마곡사다.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 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백범일지’에서는 출가 당시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인천교도소에서 탈옥한 백범은 마곡사에 은신해있다가 법명을 원종으로 해 출가한다. 지금도 선생이 삭발했던 바위가 있는데 마곡사와 공주시가 삭발바위와 마곡천을 잇는 다리를 놓아 백범교라 칭했다. 절경을 굽어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백범 솔바람 명상 길’은 1시간가량 산보하기에 좋다.

백범은 마곡사를 떠난 후 50여 년만, 조국이 광복된 후 다시 마곡사를 찾는다.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 있는 ‘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 :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원각경에 나오는 문구를 보고 감개무량해 심은 향나무가 아직도 전해져온다.

백범당이라는 건물도 있다. 선생이 마곡사를 다시 찾았을 때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 사진 옆에는 백범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친필 휘호가 있다. 서산대사의 선시, ‘답설(踏雪)’이다. 마곡사에 쌓인 눈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눈 덮인 길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밟고 가는 이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마곡사 앞마당에서 본 풍경


△템플스테이로 다시 시작하는 새해

한국관광공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요즘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단순한 소개를 넘어 여행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담은 콘텐츠다. 올해 첫 테마 ‘리셋여행’으로,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곳을 소개했다. 마곡사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템플스테이다.

한겨울 깊은 산에 숨은 절, ‘산사(山寺)’. 새해에 지난해 열두 달을 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하는 열두 달을 계획하는 마곡사 템플스테이다.

고찰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 기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요가와 명상, 싱잉볼, 선명상, 금강경 독송 등을 할 수 있는 체험형과 휴식형 등이 있다. 머무는 일정은 당일형 또는 1박2일 등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수련복과 방 배정을 받고 간단한 안내사항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요가와 명상은 참가자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겨울에도 요가를 따라 하다 보면 땀을 제법 흘리는 참가자들이 많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잘 따라 하다 곁에서 곤히 잠이 들고는 한다.

은은한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빠지는 프로그램도 참가자들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바쁜 일상에서 긴장했던 심신을 잠시 이완하고 편안한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108배 프로그램 / 사진 : 마곡사 제공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타종 체험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서 듣는 범종 소리가 꽤 크다는 사실도 처음 경험한다.


108배와 스님과의 차담은 1년을 시작하는 때에 특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잠시 나를 내려놓고 108회나 이어지는 절에 집중하고, 따뜻한 차를 나눠마시며 스님과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1년을 어떻게 지낼지, 앞으로 어찌 살아가야 할지를 두고 스님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마곡사는 새해를 맞이해 2월19일까지 특별 프로그램인 ‘2026 설날 맞이 2박3일 스테이’도 진행하고 있다. 새벽과 저녁 예불, 별관 앞마당에서 참여하는 별빛명상, 군왕대 산행과 염주 꿰기, 백범 김구 명상길 걷기 등 다양한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산사의 새벽예불을 체험한 적이 있다. 칠흙 같은 새벽에 어둠을 따라 번지는 목어와 법고 소리. 눈 내린 산사의 설경. 가지런한 발자국과 아늑한 범종소리. 나도 모르게 손이 모아진다. 이 겨울도 가고 다시 봄이 오겠지. 눈은 녹고 싹은 틔운다. 세상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나고 다시 헤어진다. 시절이, 인연이 그렇다.

글=김정석 기자 jskim@ㆍ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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