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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나무야 나무야…가평 수목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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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6-02 06:00:26   폰트크기 변경      
잣향기푸른숲과 아침고요수목원

피톤치드 한가득 숲속을 걷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아침고요수목원.



[대한경제=김정석 기자] 친구가 쾌유한 기념으로 다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강원도가 후보에 올랐으나 멀지 않은 곳으로 가자고 해 결정한 곳이 경기도 가평이다. 마침 가평 켄싱턴리조트에 적당한 상품이 있었다. 숙박비도 저렴한 편이고 조식 제공에 인근 수목원 입장권도 준다고 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딱이다.

가는 길에 맛집을 찾아 막국수로 점심을 먹고 켄싱턴리조트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은 아직이지만, 수목원 입장권을 받기 위해서다. ‘잣향기푸른숲’과 ‘아침고요수목원’ 두 곳의 입장권을 받았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가봤는데 잣향기푸른숲은 처음이다. 어디를 먼저 갈까. 상의 끝에 숲이 우거져 그늘이 진 잣향기푸른숲을 낮에 가고 아침고요수목원은 다음날 오전에 가기로 했다.



△치유하는 잣나무 숲


잣향기푸른숲



잣향기푸른숲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1000원, 아침고요수목원은 1만1000원의 11분의 1이다. 잣향기푸른숲은 국유림이다.

경기도민은 무료이고 ‘병역 명문가’도 무료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며칠 전 만난 육군 장성 친구에게 이 제도에 대해 처음 들었는데 여기서 보게 되다니. 3대에 걸쳐 남자들이 모두 병역을 필하면 ‘병역 명문가’로 인정된다고 한다. 내년에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했는데 그럼 우리도 가능할까.

입장을 하려는데 안내소 직원이 오른쪽으로 돌아 ‘무장애나눔길’로 올라가는 걸 추천한다. 우리 동네 안산에서 시작된 무장애길은 현재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이나 숲에 데크를 깔아 휠체어로도 오를 수 있게 한 길이다.


잣향기푸른숲 무장애나눔길


가평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에 위치한 잣향기푸른숲은 수령 90년 이상의 잣나무숲이 국내 최대로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피톤치드를 한가득 흡입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다. 실제로 폐가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넓은 면적만큼 코스도 다양하다. 6.57㎞ 2시간30분 걸리는 트레킹코스와 3.61㎞ 1시간30분 잣향기코스, 이외에 50분 정도 걸리는 탐방코스, 휴양코스들이 있다. 중간중간에 화전민마을, 귀틀집, 물레방아와 같은 시설들이 있는데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고 이정표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싶다.

이곳은 오로지 잣나무만으로도 충분하다. 진한 숲내음이 주위를 감싼다. 쭉쭉 뻗어 있는 잣나무들의 수령을 가늠하기 어렵다. 잣나무가 이렇게 컸던가. 울창하고 빽빽하다. 그 사이를 편안하게 걷는다.


쭉뻗은 잣나무


잣나무는 학명이 ‘Pinus Koraiensis Siebold & Zucc’이다. 이 가운데 ‘Koraiensis’는 ‘한국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토종이다. QR코드를 통해 월등한 탄소 저감 효과 등 잣나무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축령백림관은 전국 유일의 잣 특성화 전시관이라고 한다. 산림교육전문가에게 잣나무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요새 잣이 귀하다고 한다. 네이버에 찍어보니 40g에 만원이 넘는다. 요리에 잣을 많이 넣는다는 친구는 가평에 왔으니 국산 잣을 싸게 살 수 있을지 기대했는데 인터넷으로 사는 것과 시세가 다르지 않았다. 판매점 사장님 말씀이 “기후변화 때문에 잣 수확이 안 되고 수확할 사람도 없다”고 한다. 모든 게 귀해지고 있다.

힐링센터도 있는데 건강측정, 맨발걷기, 명상 등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잣향기푸른숲의 사방댐과 울창한 잣나무숲


한참 오르다 보면 정상 부근에서 사방댐과 전망대를 만난다. 숲 속을 거쳐 물을 만나는데 조금 큰 연못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새로운 모습이라 볼만하다. 전망대도 풍경이 좋다.

이 큰 숲에 당연히 잣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수목원답게 나무마다 이름과 설명을 달아놨다. 없었으면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고 지나쳤겠지.

함박꽃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꽃이 함지박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산에서 피는 목련이라고 ‘산목련’이라고도 부른다. 고로쇠나무는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됐다고 쓰여 있다. 수액에 각종 미네랄, 칼슘, 비타민이 풍부해 관절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목련


△정성어린 손길로 가꾼 숲


다음날에는 계획대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다. 영어로 하면 ‘The Garden of Morning Calm’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떠오른다. 이제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더 어울리는 나라가 됐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벌써부터 사람이 붐빈다. 10년인가 20여 년 전에 한 번씩 와봤던 걸로 기억된다.


수목원 초입부터 식당과 펜션이 무척 늘었다. 수목원 하나가 이 주변을 다 먹여 살리고 있다는 느낌? 수목원도 훨씬 넓어진 듯했다. 수목원 내에 설치된 커다란 출렁다리도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아침고요수목원


잣향기푸른숲이 산에, 자연 속에 마련된 수목원이라면 아침고요수목원은 보다 인공적인 느낌이 난다. 산수경온실이나 분재정원 같은 곳은 더욱 그렇다. 방문객으로 봐도 잣향기푸른숲이 고즈넉하다면, 아침고요수목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참 예쁘다. 구석구석, 하나하나에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느낌이다. 실제로 이 수목원은 한상경 교수가 1993년부터 돌을 캐고, 흙을 고르고, 꽃을 심고, 가꾼 결과물이다. 수목원 조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현재는 10만평의 면적에 5000여 종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하경정원, 비밀의정원, 아침광장, 한국정원 등 30여 개의 주제정원이 꾸며져 있다. 실내전시관도 4곳이나 있어 계절별로 다양한 전시회도 열린다.


아침고요수목원 선녀탕


곳곳에 물이 흐르는 계곡도 있다. 물에 발을 담글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간단한 음식을 싸와 먹는 거 같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입장객들을 위한 서비스 같다. 이곳에도 선녀탕이 있다. 선녀들이 목욕을 좋아했는지, 사람들이 그런 상상을 많이 하는지 웬만한 계곡에는 항상 선녀탕이 등장한다.

아침고요수목원에도 연못이 있다. 바로 서화연(曙華淵)이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토대로 설계한 곳이라고 한다. 연못과 섬, 정자와 우아한 곡선의 지붕과 다리. 6월 말에는 50여 종의 아이리스(꽃창포)가 만개한다고 한다.


서화연


여기에도 식물마다 설명이 붙어 있다. 산마늘은 울릉도 산마늘과 같은 과라고 한다. 바로 명이나물이다. 그러고 보니 고깃집 식탁에서 보던 명이나물과 닮아 있다.


봄에도 빨간 단풍나무를 만났는데 잎 뒷면은 파랗다. 나뭇잎도 햇볕에 타는 걸까. 꽃이 흐드러지게 폈는데 모란인지, 자작인지 묻는다. 나무면 모란, 풀이면 자작이란다.


아침고요수목원 자작


천년향은 압권이다. 수령이 천년으로 추정돼 이름이 천년향이다. 안동에 있던 당산목, 향나무인데 마을이 수몰되면서 한상경 교수가 옮겨 심었다고 한다. 옮겨 심는데도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에도 전망대가 있다. 하경전망대. 얼마나 오를지 몰라 잠깐 주저했지만, 그래도 오르기로 했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듯. 그리고 꼭대기에 오르니 ‘짠∼!’하고 나타나는 수목원 전경이 예술이다. 감탄은 이 풍경을 가꾼 노고에 대한 경외로 이어진다.



찬년향


이틀간 숲 속을 걸었다. 말 그대로 숲의 속에 안겼다. 이름도 모를 수많은 나무와 풀을 만났지만 그래도 많은 이름을 알았다. 잣나무, 함박꽃나무, 고로쇠나무, 생강나무, 박쥐나무, 모란과 자작, 꽃창포, 산마늘, 향나무, 삼색개피버들, 나무수국, 은청가문비까지. 이름을 알았더니 더욱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아이들 덕분에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게 아닌가.

김정석 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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