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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모빌리티 오디세이]① 프롤로그: 자율주행 2차 대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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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04 10:00:20   폰트크기 변경      

2030년 향한 자율주행 패권 경쟁…7개국 총력전
플랫폼 기술 경쟁도 치열…생태계 전쟁으로 확전


현대차그룹 모셔널 로보택시./사진: 연합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2030년, 자율주행의 티핑 포인트가 될 것인가


2022년 10월, 포드가 5년간 36억달러(약 4조6800억원)를 쏟아부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문을 닫았다. 1년 뒤에는 제너럴 모터스(GM)의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보행자 사고를 일으키며 캘리포니아 전역 운행 허가가 취소됐고, 결국 회사는 청산됐다. 자율주행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로 회자되던 두바이 4000대 배치 계약도 무산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자율주행 1차 경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업계는 물론 전 세계 언론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는 멀었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이로부터 불과 2~3년. 판이 뒤집혔다.


살아남은 기업들이 AI 기술로 재무장한 데 이어 7개국 정부가 2030년 패권을 걸고 동시에 뛰어들었다. 기업 간 경쟁은 국가 간 전쟁으로 확전됐다. 자율주행 2차 대전의 시작이다.


◆7개국, 2030년을 향한 총력전

2026년 2월 우리 정부의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 발표를 끝으로 주요국의 자율주행 정책 발표가 일단락됐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목표 시점이 모두 2030년이라는 것, 그리고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글로벌 패권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중국이다. 2025년 10월 발표한 ‘친환경자동차 기술로드맵 3.0’에서 로보택시ㆍ셔틀ㆍ간선물류 등 자율주행 영업차량을 2030년 10만대, 2035년 100만대 이상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개인용 승용차도 2030년 전체 판매량의 35%를 레벨3ㆍ4급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레벨3은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전담하되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단계, 레벨4는 정해진 영역 안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를 뜻한다.


표: 필자 제공

중국의 기술 전략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 단독 자율주행을 넘어 차량(車)ㆍ도로 인프라(路)ㆍ클라우드(雲)를 하나로 묶는 ‘차-로-운 일체화’다.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핵심 기능을 정의하는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를 넘어, AI가 차량을 정의하는 AIDV(AI 정의 차량)라는 독자 모델의 추진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검증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신속한 상용화 전략을 자율주행에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도 뒤처지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자율주행 프레임워크 2025’를 발표하며 주별로 파편화된 규제를 연방 단일 체계로 통합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회에서도 운전대나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의 연간 판매 한도를 2500대에서 9만대로 대폭 올리는 ‘자동차 현대화법’과, 연방 우선권을 확립하는 ‘2026 자율주행법’이 하원 위원회를 통과하며 입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7년부터 조작기 없는 로보택시의 대규모 상업 배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현재 전국에 11대뿐인 레벨4 차량을 2030년까지 1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시에 2030년 또는 2035년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산 SDV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복합 전략을 취하고 있다. 레거시 자동차 강국 독일도 함부르크를 첫 대규모 자율주행 실증 도시로 지정하고 2030년 1만대 배치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자율주행차법 2024’를 제정하며 2026년 시범운행을 공식 선언했고, 최근 글로벌 자율주행 강자로 부상한 웨이브(Wayve)와 물류 전문기업 옥사(Oxa) 등 토종 기업을 앞세워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도 크루즈 철수 이후 중국의 바이두ㆍ위라이드ㆍ포니AI 등에 테스트 허가를 발급하며 2030년 4000대 배치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5년 11월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2026년 1월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방안’을 거쳐 2월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존 시범지구 중심에서 도시 단위 대규모 실증으로의 전환이다. 2026년 광주에 200대 자율주행차를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 레벨4 상용화, 글로벌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자율주행 기업이 AI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용 차량ㆍ운송 서비스ㆍ보험까지 지원하는 ‘K-자율주행 협력모델’도 추진한다. 로드맵에는 미국ㆍ중국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이 미흡했다는 점, AI 기술 확산에 적기 대응을 놓쳤다는 점에 대한 반성도 담겨 있다.


표: 필자 제공

◆왜 2030년인가

이들 국가가 일제히 2030년에 표를 찍은 데는 기술ㆍ경제ㆍ제도라는 세 갈래의 흐름이 맞물렸다.

먼저 자율주행 시스템의 두뇌가 바뀌고 있다. 기존 규칙 기반 방식은 엔지니어가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차량이 반응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시스템의 판단 근거가 불투명한 ‘블랙박스’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센서 인식부터 차량 제어까지 AI가 일괄 처리하는 E2E(엔드투엔드) 방식, 나아가 카메라 영상과 언어적 추론을 결합해 상황을 판단하는 VLA(비전-언어-행동) 모델로 진화하며 양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복잡한 도심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무르익자 경제성 방정식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보택시는 인건비 절감, 24시간 운영, 최적 경로 학습 등을 통해 기존 택시보다 낮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자율주행 전환으로 약 8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영국은 2035년까지 420억파운드(약 71조원)의 경제 효과와 3만8000개 일자리 창출을 전망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 규제 환경까지 달라졌다. 미국은 주별 규제를 연방 단일 체계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영국은 자율주행차법을 통해 사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했으며, 일본은 무인운행을 2026년부터 허용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이 앞서가고, 돈이 되기 시작하니, 제도가 따라붙는 구도다.


표: 필자 제공

◆플랫폼 기술 경쟁, 생태계 전쟁으로 확대

국가 간 패권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것이 기업 간 플랫폼 경쟁이다. 올해 그 구도가 한층 선명해졌다. 자율주행 AI 표준 경쟁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포문을 연 건 엔비디아다. 지난 1월 CES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기존 대비 4배 향상된 AI 연산 성능으로 E2E 자율주행 모델을 실시간 구동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로 공개돼 업계 최초로 추론 기능을 내장한 점이 특징이다. 차량이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 구조를 갖췄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1분기부터 알파마요를 탑재한 레벨4 대응 가능 차량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완성차 업계로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웨이모는 약 한 달 뒤인 지난 2월 ‘월드 모델’로 맞대응에 나섰다. 구글 딥마인드 지니3 기반의 차세대 시뮬레이션 엔진으로, 실제 주행 환경을 대규모로 재현하고 극한 기후 같은 극히 드문 상황까지 생성해 AI를 훈련시킨다. 웨이모의 무기는 데이터다. 2025년 9월 말 기준 실제 도로 무인 자율주행 누적 거리가 1억2700만마일(약 2억438만㎞), 시뮬레이션 포함 전체 데이터는 2억마일(약 3억2186만㎞)을 돌파했다. 인간 운전자 대비 크게 낮은 사고율이라는 독보적 안전성 지표가 이 데이터에서 나온다. 같은 달 160억달러(약 23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유치를 마감한 것도 이 기술력과 상업성을 시장이 인정한 결과다.

두 회사의 구도는 스마트폰 산업의 안드로이드 대 iOS를 연상시킨다. 엔비디아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다양한 제조사를 끌어들여 산업 표준을 선점하려 하고, 웨이모는 실증된 기술력과 압도적 데이터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

테슬라는 또 다른 경로를 달리고 있다. 올 1월 모델 S와 X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와 로봇 회사”라며 자율주행 사이버캡 양산과 로보택시 서비스 확장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경쟁 구도에서 양다리 전략을 택했다. 웨이모에는 자율주행용 차량을 전문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고, 엔비디아와는 알파마요 생태계를 활용한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 지난달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박사를 포티투닷 대표 겸 AVP(첨단 차량 플랫폼)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이 하이브리드 전략의 상징적 신호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자율주행 로봇택시 ‘죽스(ZOOX)’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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