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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두바이는 GM 크루즈와 2030년까지 로보택시 400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GM이 2024년 말 크루즈 로보택시 사업을 전면 종료하면서 이 계획은 백지가 됐다. 두바이는 빠르게 대응했고, 독점 파트너 대신 복수 경쟁 체제로 전환했다. 2025년 9월 바이두, 위라이드, 포니AI 세 곳에 동시에 시험 허가를 발급하며 새 판을 짰다.
두바이의 자율주행 전략은 미국이나 중국, 일본과 다르다. 수년의 연구개발 대신 글로벌 선도 기업의 검증된 기술을 수입하고, 그 위에 두바이만의 규제와 운영 표준을 얹는다. 기술을 빌리되 게임의 규칙은 직접 만드는 것이다. 자체 기술 기반이 없는 도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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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 크루즈의 자율주행차./사진: AP=연합 |
◆미래도시 로드맵
두바이의 목표는 독특하다. ‘두바이 자율주행 교통 전략 및 로드맵’은 2030년까지 모든 교통수단의 25%를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로보택시 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택시, 해상 교통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다.
이미 출발점은 마련됐다. 두바이 도로교통청(RTA) 국장 마타르 알 타예르는 2024년 2월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두바이 대중교통의 약 9.4%가 무인 메트로ㆍ트램 등을 통해 제공된다고 밝혔다. 2026년 이 비중은 약 12%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25%라는 수치가 흥미로운 건 대수가 아닌 비율이기 때문이다. 두바이 인구가 늘어나도 전체 교통의 25%를 자율주행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도시 성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설계다. 두바이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220억 디르함(약 8조원)의 경제 효과, 교통 비용 44% 절감, 탄소 배출 12% 감축, 교통사고 12%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두바이의 전략은 독립된 교통 정책이 아니라 스마트시티 전략의 한 축이기도 하다. 2025년 IMD 스마트시티 지수에서 글로벌 4위를 기록한 두바이는 자율주행차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교통 흐름 최적화뿐 아니라 도시 계획, 에너지 관리, 환경 모니터링까지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로 인프라의 디지털화도 빠르다. 인공지능(AI)과 실시간 데이터를 결합해 교통 흐름을 능동적으로 최적화하는 ‘유트래픽 퓨전(Yutraffic FUSION)’ 시스템을 도입해 도시 전체를 가상화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했고, 주요 간선도로에 노변 기지국(RSU)을 설치해 차량 센서의 한계를 보완하는 V2X(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 인프라도 완성했다.
차량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 도로가 차량에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교통 체계를 실현한 것이다. 2030년까지 완전한 데이터 기반 적응형 교통 시스템 구축과 함께 ‘제로 에미션 대중교통 전환 전략 2050’도 병행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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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두 로보택시 내부./사진: 연합 |
◆극한의 자율주행
복수 경쟁 체제는 빠르게 현장으로 옮겨졌다. 2025년 9월 기준 약 60대의 로보택시가 주메이라와 움수케임 지역에서 안전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로 일반 승객 대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26년 초 완전무인 상용서비스가 예정돼 있다. 2030년까지 4000대 배치라는 목표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운영 중인 일반 택시 약 1만4500대를 보완해 전체 모빌리티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공간적 실험도 시작됐다. 2026년 초 알 자다프(Al Jaddaf) 지역에 15㎞ 길이의 ‘두바이 자율주행 특화 구역’이 지정됐다. 크릭 메트로역에서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 두바이 크릭 하버를 잇는 이 구역에서는 로보택시, 무인 셔틀, 자율주행 수상 택시가 하나의 통합 관제 시스템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세계 최초의 다중모드 자율주행 허브를 표방한다.
두바이가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독특하다. 50°C를 넘는 고온과 강력한 모래폭풍 속에서도 인지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고체 라이다, 특수 냉각 솔루션 등 극한환경 적응형 기술 표준이다. 기술을 가져오는 건 기업이지만, 그 기술이 작동해야 하는 조건은 두바이가 정한다.
바이두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2025년 7월 두바이 최초 완전무인 주행 시험 허가를 획득하고, 두바이 사이언스 파크에 2000m² 규모의 해외 첫 운영센터 ‘아폴로고 파크’를 열었다. 충전, 정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안전 모니터링을 통합한 관리센터다. 주력 차종 RT6 50대로 시범 운행을 진행 중이며, 도로교통청은 1단계로 2개 구역 65개 지점을 서비스 지역으로 지정했다. 향후 100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소식에서는 바이두 서비스를 우버 앱을 통해 제공하는 파트너십도 동시에 발표돼, 차량 도입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와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포니AI는 현지 생태계와 가장 깊숙이 결합된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투입 예정인 7세대 자율주행시스템은 100% 자동차 등급 부품으로 구성돼 신뢰성을 극대화했으며, 고온과 모래먼지 등 극한환경에 특화된 하드웨어 혁신에 집중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중동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카림(Careem)과 앱을 연동해 별도 설치 없이 로보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주메이라와 라 메르 등 핵심 거주ㆍ관광 지구에서 일반 승객 대상 서비스가 진행 중이며, 2028년까지 중동 지역 1000대 배치가 목표다. 두바이 운영 허브를 전초기지로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으로 설루션을 수출하는 중동 허브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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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니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사진: 연합, 포니AI 제공 |
◆기업을 부르는 규제
기업을 불러들이려면 규칙이 먼저다. 두바이는 이 순서를 정확히 지켰다.
2023년 자율주행 분야 최상위 법률인 ‘자율주행차 운행 규제에 관한 법률(Law No. 9 of 2023)’을 제정하고, 2025년 11월엔 이를 운영하기 위한 시행령 ‘행정 결정 No. 939’를 채택했다. 이 규정은 자율주행차량을 경형 차량ㆍ버스ㆍ오토바이 등 6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안전 요건은 도로교통청의 사전 승인 의무, 지정 구역 제한, 시스템 이상 시 즉각 정지 등으로 엄격하게 규정한다.
시범 운행 단계에서는 안전 운전자 또는 폴백 시스템(비상시 차량을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대체 시스템)을 필수로 요구하며, 신뢰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운영 구역을 확대하고 무인운행을 허용하는 구조다.
핵심은 사고 책임의 소재다. 자율주행 모드 중 사고가 발생하면 인간 운전자가 아니라 ‘운영사’ 또는 ‘시스템 소유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체계를 확립했다. 영국의 자율주행법에서 제시한 ASDE(차량 안전 인증·관리 주체)와 NUiC(무인 차량 운영ㆍ감독 및 법적 책임 주체) 제도와 유사하다. 사고 시 누가 책임지는지 명확해야 기업이 투자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예측 가능성은 기업들을 두바이로 끌어들인다.
◆허브의 조건, 그리고 변수
두바이는 2025년 9월 ‘두바이 자율주행 세계회의’를 개최하며 중동ㆍ아프리카 자율주행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식화했다. 도로교통청 국장 마타르 알 타예르는 “두바이를 글로벌 스마트 모빌리티의 살아있는 실험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포니AI가 두바이를 전초기지로 아부다비와 사우디 네옴시티까지 노리고, 바이두가 우버와 손잡고 플랫폼 통합에 나선 것도 두바이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중동 전체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ㆍ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은 불과 수일 만에 두바이의 자율주행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 기술이나 규제가 아닌 외부 지정학적 충격이 서비스 연속성을 끊어버린 사례다.
아무리 정교한 법체계와 인프라를 갖춰도, 지정학적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멈출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전쟁과 비상 상황에서의 자율주행 운영 정책이라는, 어느 나라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한 숙제가 두바이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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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6일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 화재로 발생한 연기 사이를 에미레이트 항공기가 지나가고 있다./사진: AFP=연합 |
■ 모빌리티 오디세이
세계는 그야말로 로보택시 전쟁터다. 〈대한경제〉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자율주행 전문가인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이사와 함께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독일, 영국, 두바이, 그리고 한국까지 — 7개국의 전략을 심층 해부하고, 한국이 ‘글로벌 자율주행 3대 강국’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차두원 퓨처링크 대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포티투닷,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자율주행 R&D와 정책 수립을 경험했다. 저서로 《잡킬러》, 《이동의 미래》, 《포스트 모빌리티》 등이 있다.
※본 기고는 퓨처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원화는 관련 정책 발표 시점 환율로 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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