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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마음의창
[아음의 창] 어디로 가시는지
도시전철의 새벽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달린다.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가방을 안고 조는 학생. 셀폰과 한 몸이 된 청년. 빈 수레를 끌고 새벽시장에 가는 어르신. 당당하게 거울을 들고 다 못한 화장을 마무리하는 여인. 어쩌면 저들은 끼니도 못 챙기고 일 ...
2022-08-05
[마음의 창] 어디 그런 사람 없나요
며칠 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 대한민국에 거주하시는 여성 여러분! 순수한 마음으로 제 손 잡아 주실 그런 사람 어디 없나요. 저 정말 외롭습니다. 외로움의 끝은 어디일지 모를 만큼이요. 전 제 처지를 생각해 결혼할 여성보다는 그냥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 ...
2022-08-04
[마음의 창] 누구에게나 숙제는 있지
하필 폭우가 내리던 오후였다. 애써도 눌러지지 않는 추억을 안고 집을 나섰다. 내겐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에 오면 꼭 다녀가겠다고 말한 곳이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내에게 일방적으로 던진 약속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찝찝하게 남아있는 인생 숙제 하나쯤 누 ...
2022-08-03
[마음의 창] 놀이터가 조용하다
얼마 전, 집 근처에 어린이 놀이터가 새 단장을 했다. 둘레에는 나무 길과 꽃길도 생겼다.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도 설치했다. 그런데 그곳이 어린이 놀이터가 맞나 싶을 만큼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어른 운동기 ...
2022-08-02
[마음의 창] 오래된 약속
나는 세수나 샤워할 때 비누만 쓴다. 머리 감을 때 샴푸를 쓰지 않으니 당연히 린스도 쓰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리 한 것이 아니다. 오래전엔 나도 남들처럼 합성세제를 즐겨 사용했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으로 떠들썩할 즈음, 합성세제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한창이었 ...
2022-08-01
[마음의 창] 그 노인의 식사시간
가끔 외식을 할 때가 있다. 특별히 맛집이라 소문난 곳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까운 곳에서 먹고 싶은 메뉴와 식당을 찾는다. 갑자기 물회를 먹고 싶다는 그의 말에 작업실 근처 식당으로 갔다. 평소 날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다. 넓고 ...
2022-07-29
[마음의 창] 누군들 속사정이 없으랴
밖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일을 보다가 밥때를 놓쳐서다. 들어선 식당 안은 한산하다. 나온 음식을 먹는 중인데, 남녀가 들어오더니 건너편에 자리를 잡는다. 중씰한 사내와 앳된 여인이다. 두 사람의 표정이 각기 다르다. 사내는 문문한 표정인데, 여인은 해산한 암고양이처 ...
2022-07-28
[마음의 창] 평생 이루지 못할 휴가 계획
휴가 계획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고 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때마침 장마가 물러간다는 소식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는 고민을 불러들여 모처럼의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
2022-07-27
[마음의 창] 눈이 마주쳤다
그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길이 좁아 피할 수 없는 데다 샛길이나 곁길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좁혀들자 남자는 개의 목줄을 바짝 잡아당겼다. 최대한 나는 길 끝에 붙어서서 걸었다. 그 개가 어떤 종인지는 알 수 없었다. 크고 무 ...
2022-07-26
[마음의 창] 살 만큼 살다가
가까운 친구가 다시 못 올 강을 건넜다. 같은 직장에서 30여 년 함께 근무했던 고인은 나보다 몇 년 앞서 희망 퇴직했었다. 그 후로도 친목 모임을 이어가며 짬짬이 얼굴을 보다가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잘 지내는 줄 알았다. 그러다 ...
2022-07-25
[마음의 창] 발목이 잡힐 때
작업실로 가는 길목엔 높은 담벼락이 있다. 고층아파트를 머리에 이고 있으니 축대라는 말이 맞겠다. 그 축대를 이런 저런 식물들이 가리고 있는데 그 중에 요즘 한창 화려하게 피고 지는 꽃이 있다. 늘어진 덩굴들 사이 작고 둥근 다홍의 망울들이 모여 각자 서로 다른 방향을 ...
2022-07-22
[마음의 창] 누워서 수강하는 못 말리는 열정
요즘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이 열 명 남짓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평일 아침 열 시. 출퇴근하지 않는 여성들의 오전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기에, 평소 복장과 편한 마음으로 ...
2022-07-20
[마음의 창] 티끌 모아 통닭 한 마리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 시간이 지났는데 한 친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더니 어린이 놀이터에 있다고 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곳엔 왜 갔느냐고 묻자 거길 거쳐야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단다. 20원을 모으려고 더운 날 어린이 놀이터를 찍고 오겠다는 친 ...
2022-07-19
[마음의 창] 맑고 고운 소리
어둑살이 발밤발밤 가라앉는 저녁. 골목길 저만치 단발머리에 교복 입은 여학생 둘이 하하 호호 웃음소리를 날리며 걸어간다. 얼른 보기에 중학교 2, 3학년쯤 되어 보인다. 웃고 장난치느라 걸음이 늦다. 내가 몇 발짝 앞질러 나서는데 낭랑한 소리가 귓전을 두드린다. “할 ...
2022-07-18
[마음의 창] 오래 안았다
‘인견 원피스 색깔을 고르시오.’ 3인 대화방에 색색의 원피스 사진이 올라오더니 뒤 이어 메시지가 떴다. 파자마파티를 생각하고 있던 터라 재미있게 들여다보는데 ‘하늘’ 하고 답이 올랐다. ‘난, 주홍’, 나도 덩달아 찍었다. 그녀도 무슨 색인가를 택했을 것이다. 그래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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